조주빈, 징역 40년 선고에 누리꾼도 놀라… 법조계 “중형에 해당”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형량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와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명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활동명 ‘박사’·사진)에 법원이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26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과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아울러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년, 추징금 1억여원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양한 방법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유인·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오랜 기간 여러 사람에게 유포했다”면서 “특히 많은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를 속였을 뿐 협박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해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증언하게 했다”면서 “범행의 중대성과 치밀함, 피해자의 수와 정도, 사회적 해악, 피고인의 태도를 고려하면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이같이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조씨가 운영했던 박사방을 ‘범죄 집단’으로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태스크포스(팀장 유현정)는 지난 6월22일 조씨와 공범들에게 형량을 무겁게 적용하기 위해 ‘범죄단체조직죄(형법 114조)’를 추가 적용했다. 

 

이날 재판부는 “총체적으로 판단해볼 때 박사방은 피고인들의 주장과 달리 형법 114조에서 말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한 집단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해당 범죄가 비대면(온라인) 그룹방에서 이뤄졌지만 참여자들이 피고인 조씨를 추종하며 지시를 따르는 등 본질적 측면에서 변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재판부는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공범들의 행위 또한 범죄단체조직죄 성립의 구성요건이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주빈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범죄 집단의 목적을 인식한 상태서 박사방 조직에 가담해 활동한 사실이 충분하게 인정된다”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조씨에게 선고된 형량(징역 40년)은 최근 살인죄에 징역 20년 내외의 형이 선고되고, 형법상 유기징역 상한이 30년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상당히 중형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기징역의 상한은 30년이지만, 형을 가중하는 경우 징역 50년까지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선고된 유기징역 최장기형은 징역 45년형이었다.

 

이날 선고 후 조씨는 다소 당황한 듯 얼굴이 붉게 상기됐지만, 동요하는 모습은 보이지는 않은 채 구치소로 향했다.

 

조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피해자 수십명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고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기 위해 범죄단체를 조직한 혐의도 있다. 

 

조씨는 또 작년 4∼9월 4회에 걸쳐 손석희 JTBC 사장에게 ‘흥신소를 하면서 얻은 정보를 주겠다’고 속여 1800만원을 받아내고, 사기 피해금을 보전해주겠다며 윤장현 전 광주시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아 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조씨가 징역 40년을 선고받자 온라인 공간에선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솔직히 형량이 많아서 놀랐다. 이번에 재판부가 제대로 판단한 듯”, “조주빈이 좋은 양형기준을 마련해줬네” , “중범죄자한테 형량 세게 때리는건 좋은데 이번 건을 계기로 판결에 일관성을 갖길 바란다”는 등 판결에 환영 의사를 드러낸 반면, 또 다른 누리꾼들은 “조주빈 40년, 조두순 12년?”, “40년도 약하다. 무기징역은 나와야”, “징역 40년이 세다고?” 등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조씨와 함께 기소된 닉네임 ‘랄로’ 전직 거제시청 공무원 천모(29)씨는 징역 15년, 전직 공익근무요원 ‘도널드푸틴’ 강모(24)씨는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미성년자인 ‘태평양’ 이모(16) 군은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선고받았다.


박사방 유료회원인 임모씨와 장모씨는 각각 징역 8년과 7년을 선고받았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