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신이 내려온 것 같았다”…마라도나와의 첫 만남 회상한 히딩크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한 뒤 환호하는 마라도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74·네덜란드) 감독이 아르헨티나 출신의 전설적인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60)에 대해 회고했다.

 

히딩크 감독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와의 인터뷰에서 2005년 호주 대표팀 감독 시절 마라도나의 초청을 받았던 일화를 공개했다.

 

히딩크 감독은 “호주는 우루과이와 2006년 독일 월드컵 예선 대륙간 플레이오프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훈련 캠프를 차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가 전화기를 들고 다가왔다. 처음에는 라디오 쇼 인터뷰 같은 건 줄 알고 거절했다가 전화를 받았는데 마라도나였다”며 “처음에는 장난 전화인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마라도나는 히딩크 감독을 아르헨티나의 양대 명문 클럽인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의 경기에 초청했다. 보카 주니어스는 마라도나가 선수 시절 뛰었던 친정팀이기도 하다.

 

히딩크 감독은 “나는 디에고와 함께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봤다. 경기장에는 그를 위한 박스 좌석이 따로 있었지만, 고급 스위트룸이 아니라 관중석에 연결된 평범한 박스 좌석이었다”며 “디에고는 주변 관중들과 매우 밀접한 공간에서 경기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어 “디에고가 스카이박스 발코니로 걸어 나가자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보냈다”며 “마치 신이 내려온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마라도나의 시신이 안치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 밖에서 조문을 기다리던 한 시민이 울부짖고 있다.

 

다만 히딩크 감독은 “마라도나는 경기 내내 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무척 바빴다”며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히딩크 감독은 “마라도나는 많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며 “그는 환상적인 선수였고, 인간적으로도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라도나는 지난 26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티그레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에 전 세계 축구계가 앞 다투어 추모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뉴스1·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