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특성상 평일에 종종 일을 쉴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하원시키곤 한다. 그때마다 예상치 못한 기분 좋은 선물을 받는다. 어린이집 앞에서 만나는 고학년 어린이들이 “안녕하세요” 하고 밝게 인사를 하는 것. 귀여운 아이들이 목청 높여 인사를 하니 아침부터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당연히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은 미소짓고 있다. 그러면 나의 호의를 받아들인 아이들도 기분 좋게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꽤 괜찮은 풍경이다.
그런데 요즘은 인사하는 아이들이 조금 얼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생각을 했는데, 아뿔싸, 입 위에 마스크가 걸려 있었다. 코로나19로 마스크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습관처럼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입은 평소처럼 웃고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그 웃음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쩌면 인사를 했는데도 어른이 냉랭하게 지나쳐 갔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사실 나도 어릴 때 부모님께 비슷한 교육을 받곤 했다. “어른이 보이면 모르는 분이라도 꼭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해야 돼”라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어린이집 앞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같은 교육을 받고 꼬박꼬박 인사를 했을 것이다. 나도 소리내서 “그래, 안녕”이라고 대답해줬으면 좋았겠지만, 어른이 된 나는 어느 사이엔가 그렇게 인사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한국 사회에서 어른이 되면서 그렇게 변해갔다. 예전 해외출장 등 갔을 때 호텔 등에서 낯선 외국인이 ‘헬로’ 하고 반갑게 인사해서 움찔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어른이 돼서도 반갑게 표현하며 인사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나는 어느새 그런 반가움에 움찔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
서필웅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