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시상식 외국인 선수로는 6번째 ‘최고의 별’ 메이저리그 진출 꿈 한발 다가서 美·日 각각 3개 구단서 영입 관심 코로나 영향 시상식엔 참석 못해 “2021년에도 좋은 모습” 영상 메시지 소형준 신인상 수상 ‘KT 잔칫날’
KT 위즈의 멜 로하스 주니어(30)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유명한 명문가 일원이다. 1990년대 몬트리올의 마무리투수 멜 로하스 시니어의 아들이자, 동시대 시카고 컵스의 강타자 모이세스 알루와 루이스 로하스 현 뉴욕 메츠 감독의 5촌 조카이기도 하다. 가족들의 재능을 이어받은 데다 좋은 환경에서 야구 교육을 받은 만큼 로하스 주니어도 큰 기대를 받으며 2010년 MLB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 지명됐지만 기대를 현실로 만들지 못했다. 7시즌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끝내 빅리그 데뷔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는 먼 동아시아에서 꿈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2017시즌 중반 대체 외국인타자를 물색하던 KBO리그의 KT가 로하스에게 계약을 제의했고, 그는 이를 받아들여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로부터 4년 뒤 그는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 KBO리그에서 성장을 꾸준히 이어나간 끝에 마침내 리그를 폭격하는 타자가 됐다. 이런 로하스가 KBO리그 최고 선수 자리에까지 올라섰다. 그는 30일 서울시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호명됐다. 896점 만점의 MVP 투표에서 653점을 받아 374점의 양의지(NC), 319점의 라울 알칸타라(두산)를 제쳤다. 이로써 2015년에 KBO리그 1군 무대에 뛰어든 KT는 6시즌 만에 팀 최초의 MVP를 배출했다. 로하스는 외국인 선수로는 6번째 정규시즌 MVP의 영예를 누렸다.
로하스는 일찌감치 올 시즌 KBO리그 MVP 1순위 후보로 손꼽혔다. 올해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9(550타수 192안타), 47홈런, 135타점, 116득점, 출루율 0.417, 장타율 0.680의 엄청난 성적을 만든 덕분으로 KBO가 공식 시상하는 타자 8개 부문에서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4개 부문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KBO리그에서 타격 4관왕이 탄생한 것은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이후 5년 만으로 당시 테임즈도 MVP에 올랐었다. 로하스의 활약은 신생팀이자 만년 하위권이던 KT가 대약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시즌 초반 로하스의 불방망이에 힘입어 KT는 하위권이 아닌 중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이어갔고, 후반부에는 젊은 선수들까지 각성하며 결국 정규리그 2위에 올랐다.
한국에서 자신을 증명한 덕분에 로하스는 MLB를 향한 자신의 꿈에도 한발 다가섰다. 오프시즌이 시작되자마자 그를 향한 MLB와 일본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MLB 관련 현지 매체인 MLB 트레이드 루머스는 29일 “MLB 3개 구단, 일본 3개 구단이 로하스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로하스가 이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국 프로야구에 남아 KT 팬들과 함께할 가능성도 있다. 로하스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시상식에 불참한 가운데 영상을 통해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시즌 중 아들이 태어났지만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에 부득이하게 한국을 일찍 떠났다”면서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덕분에 국내 프로야구팬들은 리그 최고 타자가 내년에도 KBO리그에서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는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됐다.
이날 KT는 로하스가 창단 첫 MVP를 차지한 데 이어 KBO리그 역대 6번째로 신인왕까지 동시 석권하는 경사를 맞았다. 고졸 신인 우완투수 소형준(19)이 560점 만점의 신인왕 투표에서 511점을 얻어 홍창기(LG·185점), 송명기(NC·76점)를 제치고 여유 있게 올 시즌 최고 신인 자리를 차지했다. 유신고 시절부터 초고교급 특급 투수로 이름을 날린 그는 순수 고졸신인으로 프로에 입성한 첫해인 올 시즌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이 중 13승은 올 시즌 국내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