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신선처럼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긴다. 작은 나룻배는 강을 오르내리며 양안의 신비한 풍경을 스친다. 배를 타고 즐기는 석회암벽 절경은 울퉁불퉁한 정글로 뒤덮인 바위 덕분에 운치를 더한다. 구름에 가려진 암벽에 햇살이 비추자 거대한 그림자를 걷어내고 농담을 달리하며 신비스럽게 다가온다. 구불구불한 언덕과 산이 이루는 리듬은 물길의 우아한 굴곡이 더해져 톱니모양 풍경을 이룬다.
영화 콩(Kong)은 신화 속 은신처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배경지로 이곳을 선택했다. 영화 속 원시생물이 지배하는 환상적인 세계는 지금 풍경과 다름이 없다. 짱안은 강폭도 넓고 바위산도 거대해 웅장함이 넘친다. 아기자기하고 예쁘다는 표현이 떠오르는 땀꼭과 다르다. 배를 타고 카르스트 지형을 볼 수 있지만 서로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보트는 사원에서 노를 멈춘다. 조금 전에는 가까이 다가가 배 위에서 사원을 바라보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잠시 내려 땅을 디디라 한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사원을 둘러본다. 강둑 고요한 사원의 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숲속인지 물위인지, 조용한 사원에서 물가를 바라보니 배에서 바라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여유로운 식사 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몇 명은 자전거 투어를 나선다. 시골 주위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 논길을 따라 둘러볼 거라 한다. 남은 몇 명은 선 베드에 누워 맥주를 즐긴다. 식후 졸음을 따스한 햇살에 맡기며 누군가에는 휴양지인 이곳 기분을 만끽한다. 영화 한 장면 같은 초록빛 시골 지역, 신성한 요새처럼 땅에서 솟아난 수많은 석회암 지형을 노란 햇살이 황금빛마냥 비춘다.
늦은 오후, 마지막 일정으로 짱안 풍경구와 바이딘 사원 사이에 위치한 호아 루를 방문한다. 베트남 최초 통일왕조가 세운 수도 호아 루는 역사적 의미가 깊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옛 도시는 두 왕의 사당만 남아 있어 쓸쓸함이 가득하다. 덩그러니 남은 벽돌과 덩굴로 덮인 구조물은 초라하게 관광객들을 맞는다. 역사적 설명이나 이해가 없다면 과거 호아 루의 영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작은 고대도시는 10세기와 11세기에 베트남의 정치 중심지였다고 한다. 주변 카르스트 덕분에 외부 침략자로부터 안전을 보호받으며 절정을 이루었단다. 오래된 성채의 유일한 흔적, 두 개의 인상적인 복원 된 탑에서 가이드는 지난 역사를 훑는다. 기울어진 아치형 통로, 층을 이룬 반얀나무, 구불구불한 벽돌 안뜰에서 상상을 더한다. 베트남 최초의 봉건왕조의 자리에서 하노이로 이전하기까지 시간들은 어떠했을까. 석회암 카르스트와 천연 해자로 둘러싸인 이곳은 어떠한 역사가 숨겨져 있을까.
닌빈은 모험가들에게는 매력적인 놀이터이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다. 베트남 최초의 수도인 이곳에서 이끼 낀 탑, 인상적인 석회암 카르스트, 초현실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즐긴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