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수사 의뢰 등으로 국정운영에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와 잇따라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져 무슨 얘기가 오갔을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총리가 앞서 문 대통령에게 제안한 ‘추 장관·윤 총장 동반 사퇴’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사퇴 논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추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직후인 오전 11시15분쯤 청와대로 가 문 대통령을 만났다고 법무부가 밝혔다. 법무부는 “장관이 대통령께 현 상황을 보고드렸다”고 설명했다. 현 상황이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직무배제·수사 의뢰 이후 검찰 안팎에서 집단 반발이 터져나온 것과 2일로 예정된 징계위원회 일정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법조계 등에서는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면담에서 윤 총장과의 동반 사퇴 문제도 논의됐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동반 사퇴는 전날 정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윤 총장의 자진 사퇴와 더불어 이번 정국을 돌파할 한 해법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추 장관은 국무회의 전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정 총리와 10여분 간 독대를 하기도 했다. 정 총리가 추 장관 측에 ‘국무회의 전에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전해진 바 없으나, 정 총리가 전날 문 대통령과 동반 사퇴 문제에 대해 논의한 뒤 추 장관에게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사퇴의 필요성 등을 설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 총리는 전날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윤 총장의 징계 문제가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징계 절차와 상관없이 윤 총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를 자초한 만큼, 자진 사퇴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또 검찰의 집단 반발을 겨냥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공직자의 신분을 망각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정 총리의 이런 언급에 정확히 어떤 답을 했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데 대해선 공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정 총리에게 “저도 고민이 많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
추 장관이 문 대통령, 정 총리와 연달아 면담을 하면서 조만간 동반 사퇴론이 어떤 식으로든 가닥이 잡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개최일인 2일 이후 어떤 결정이 나오든 정국 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징계위가 열리기 전 이번 사태를 매듭지을 필요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대통령 보고와 총리 면담 시 사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