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피커, AI 비서, AI 냉장고, AI 추천 등 AI(인공지능)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즈음이다. 마케팅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하다 보니, 왜 AI를 붙였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속출한다. 새로운 기술이 조금이라도 붙으면 얼마 전까지 ‘스마트’를 붙이곤 했지만, 이제는 AI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AI라는 말을 듣고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AI와 결합한 서비스 및 상품이 증가했지만, 우리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본 ‘스카이넷’이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9000’ 등의 AI와는 간극이 너무 크다. 현재 알파고나 로봇에 탑재되는 AI 등 다양한 혁신 사례들이 나왔지만, AI 기술 자체로 수익을 내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스타트업 ‘뤼이드(Riiid)’는 AI 기술로 가장 보수적인 시장으로 꼽히는 교육 시장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고액의 사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을 구독하는 것처럼 매월 소액의 온라인 강의료만 납부하면서 토익 점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이용자는 급증했다. 산타 토익의 이용자 수(누적)는 정식 서비스에 나선 첫해인 2017년 8만3195명에서 올해 10월 기준 236만6614명으로, 약 3년 만에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뤼이드의 학습 데이터베이스(DB)인 ‘에드넷’에는 하루 평균 약 40만건의 문제풀이 데이터가 쌓이고, 누적 데이터는 3억건을 넘어섰다.
산타 토익이라는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도출하기는 했지만, 뤼이드의 본 속성은 교육 기업이 아닌 AI 기업이다. 성인 콘텐츠나 전자제품 등처럼 변화가 빠른 영역이 아닌 교육 시장에서 AI로 성과가 난다는 것이 논문으로 입증되면서 국제 학계의 관심도 비상하다.
AI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하며 국제 학회에 논문을 발표해왔다.
특허와 관련한 역량도 꾸준히 키워왔다. 뤼이드가 국내외에 출원한 특허는 87건으로, 이 중 18건이 등록됐다. 뤼이드는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에서 ‘머신러닝을 통한 학습 분석’ 논문이 채택됐고, ‘모바일 학습환경에서의 학습 이탈 예측’ 논문이 에듀테크 관련 글로벌학회인 CSEDU에 채택되는 등 다양한 AI 연구 성과를 입증해왔다.
특히 학습 이탈 예측에 대한 연구는 모바일 교육 환경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교육에서 학습 이탈에 대한 연구는 오프라인상에서 수업에 참여하다가 중단하거나 나가는 것이었지만, 모바일 환경에서의 학습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 꼭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난이도 조절이 잘못되는 등 추천이 잘못된다면 학습자가 의욕을 잃고 학습을 중단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면서 목표 점수를 달성할 때까지 꾸준히 동기부여를 해주면서 장기적인 학습 진행을 돕는 셈이다. 뤼이드 관계자는 “모바일 영역에서의 학습 이탈에 대한 연구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뤼이드는 산타 토익에 이어 2019년에는 산타 SAT, 올해에는 산타 공인중개사 서비스를 각각 선보였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해 산타 토익이 일본에 진출한 데 이어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이 설립됐다. 올해에는 AI 연구 성과에 대한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미국에 독립법인인 ‘뤼이드랩스’를 설립했다. 튜터 방식의 교육이 단순히 토익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 영역에서 효과를 내고, 언어나 문화에 구애받지 않고 지역 확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낸 것이다.
뤼이드 관계자는 “학교뿐 아니라 회사나 어느 기관, 단체에서도 구성원을 위한 교육은 필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DB, 국내 DB를 통해 접점을 키워가고 성과 내면서 증명, 검증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누구나 손쉽게 맞춤형 서비스를 받으며 교육 기회의 평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