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법원이 1일 사모펀드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국내 양대 항공사 합병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이승련)는 이날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위기를 맞은 국내 항공업계 재편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세계 10위권의 국적 항공사가 탄생하는 것은 물론, 양사의 저비용항공사(LCC) 3곳도 단계적으로 통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최근 경영이 어려워진 다른 LCC들의 추가 매각도 급물살을 타는 등 국내 항공시장에 일대 변화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진그룹의 경우에는 조 회장이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과의 지분 경쟁에서 약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산은이 한진칼의 지분 약 10.7%를 갖게 되는 대신 조 회장과 3자 연합의 지분은 각각 줄어든다. 대신에 산은이 투자합의서에 따라 한진칼의 경영을 견제·감시하며 조 회장이 경영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양사 노조의 반발,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코로나19 장기화 속 경영 정상화 등 최종 통합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진그룹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와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한항공은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갖는 큰 의미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은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며 “KCGI 측에 그간 주장해온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그리고 항공업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번 기각 결정에 따라 2일 한진칼에 예정대로 5000억원을 납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 인수(3000억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