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2월 7일 영국 록 밴드 비틀스를 태운 비행기가 런던 공항을 출발하자 미국 방송들은 마라톤 중계하듯 속보를 내보냈다. “오전 6시30분입니다. 그들은 30분 전에 런던을 떠났습니다. 뉴욕을 향해 대서양을 건너오는 중이군요.”
오후 1시35분 비틀스가 미국 뉴욕 케네디공항에 도착하자 1만명이 넘는 10대들이 공항을 가득 메우고 괴성을 질렀다. 이틀 뒤 비틀스가 첫 라이브 공연을 한 TV프로그램 ‘에드 설리번 쇼’는 7300만명이 시청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공연을 하는 동안에 미 전역에서 10대의 주요 범죄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틀스는 이후 미국 음악 차트를 석권하기 시작했다. 4월4일자 빌보드 차트는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그들의 노래로 채워졌다.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의 침공)’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970년 해체될 때까지 ‘예스터데이’ ‘렛잇비’ 등 20개 곡을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올려놓았다. 깨지기 어려운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언론인 마크 허츠가드는 “영향력과 예술적 업적에서 비틀스는 피카소, 헤밍웨이와 나란히 랭크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