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일 총 55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한 데에는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원 확보 방안을 두고 대립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우선순위 조정을 통한 ‘최대 삭감, 최소 순증’ 원칙 하에 본예산을 처리키로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추경호 의원의 ‘2+2 회동’을 통해 코로나19 피해 업종 및 계층 지원에 필요한 3조원과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필요한 예산 9000억원을 우선 증액하기로 했다. 정부안에서 7조5000억원이 늘었고, 5조3000억원이 감액된 결과다.
박 의원은 이날 예산안 합의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여야가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최대한 감액하자는 공동의 인식이 있었다”며 “(그래야) 필수적으로 소요될 수밖에 없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피해 계층과 업종에 지원이 가능하고, 백신 물량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지원금과 백신을 별도로 추경하면 훨씬 많은 국채가 발생하기에, 본예산에 포함하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맞겠다 싶어 검토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난지원금과 백신 관련 예산 확보가 이번 예산안 심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던 만큼 관련 예산 마련을 위해 감액을 주장하는 야당과 순증이 불가피하다는 여당 입장을 조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예산 협상 과정에서 3조6000억원 이상의 3차 재난지원금과 최대 4400만명분에 해당하는 1조3000억원 상당 코로나19 백신 추가 확보 등의 신규 소요 예산을 포함해 8조5000억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국민의힘은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백신 예산 확대를 우선 주장하면서, 이보다 큰 11조6000억원의 증액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한 대규모 감액을 주장했다. 그러다 전날 밤 여야 간사들의 논의 끝에 국민의힘이 감액 규모를 기존 10조원에서 6조원으로 낮췄다. 이에 정부가 5조3000억원을 제시하면서 절충점을 찾았다. 여기에 민주당이 야당의 재난지원금 및 코로나19 백신 예산 확대 주장을 받아들였고,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국채 발행 의견을 수용하면서 예산안 합의의 물꼬가 트였다. 순증된 2조2000억원의 경우 상당 부분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
추 의원은 “마지막 단계에서 감액 규모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민생예산에 얼마를 증액하고, 재원을 찾을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며 “저희가 당초 생각했던 수준까지 감액을 이뤄내진 못했지만, 현재 상황이 엄중하고 코로나 극복을 위해 여러 대책이 시급하다는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여야는 예산안 총량이 합의된 만큼 예산안 법정시한인 2일 정부의 예산명세서 작업(시트작업)을 마치는 대로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이날 합의로 코로나19 백신 관련 예산은 새로 편성된 9000억원과 기존에 집행되지 않고 남아 있는 3500억여원을 더해 1조3000억원의 예산이 확보됐다. 최대 4400만명의 접종이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접종 범위와 규모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정부 방침에 따를 예정이다. 3차 재난지원금은 당초 전망대로 선별 지급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순전히 우리가 요구했던 백신 예산과 재난지원금이 받아들여져 국민들에게 할 도리를 다했다는 생각”이라며 “우리 주장이 관철된 예산안”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을 2조원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라 피해 업종과 계층을 추가 지원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다만 피해 정도와 규모, 방식 등은 지금 확정하기 어려운 만큼 총액으로 계상해 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민순·이창훈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