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공동명의인데, 혹시 종부세 폭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정년퇴임 후 아내와 단둘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 아파트에 16년째 거주 중인 김모(68)씨는 최근 고민이 늘었다. ‘공동명의가 단독명의보다 종부세를 훨씬 더 많이 낸다’는 기사를 봐서다.

 

김씨는 아파트를 구입할 당시 공동명의 세제 혜택을 누리려고 아내와 50:50으로 지분을 설정했다. 1주택자인 김씨는 아파트 공시가가 오르면서 올해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를 지난해의 280만원대보다 약 80만원 더 많은 360만원대를 냈다. 내년은 이보다 100만원 오른 460만원을 내리라 예상된다.

 

게다가 그가 공동명의를 선택한 탓에 현 세제상 2021년 보유세를 단독명의보다 12만원 더 많이 내게 됐다. 김씨는 “현재 사는 집을 당장 처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세금이 너무 늘었다. 마땅한 소득도 없어 부담이 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 서울 강남구 압구정 미성2차 아파트에 사는 박모(69)씨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해당 아파트에 20년 이상 거주 중인 박씨는 최근 부부 공동명의를 택한 것을 크게 후회했다.

 

박씨는 전용면적 74.4㎡ 아파트 기준 2019년 380만원 보유세를 냈는데, 올해는 이보다 약 160만원 늘어난 549만원의 세금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그나마 공동명의라 단독명의(564만원대)보다 15만원 더 적게 냈다고 위안했건만, 현 세법상 2021년엔 공동명의가 753만원, 단독명의는 653만원대로 단독명의가 오히려 약 100만원 이상 저렴해진다.

 

박씨는 “처음 집을 계약할 때 공동명의가 세제 혜택이 더 좋다고 해 공동명의를 택했는데 이제 와 단독명의가 세금을 더 적게 낸다니 어이가 없다”며 “정부가 사실상 단독명의를 더 장려하는 거 아니냐. ‘역차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으로 역차별 해소… “공동명의가 확실히 유리”

 

최근 고가주택을 공동명의로 장기간 보유한 고령의 부부가 단독명의로 보유한 가구보다 종부세 부담이 더 크다는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종부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수정·보완돼 내년부터 적용됨에 따라 이 같은 불만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공동명의의 세 부담이 단독명의일 때와 비교해 같거나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개정안 이전엔 공동명의 공제액이 12억원으로 단독명의(9억원)보다 많지만, ‘1가구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고령자 세액 공제(2021년 기준 60세 이상부터, 최대 40%), 장기보유 세액 공제(5년 이상부터, 최대 50%)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부터 공동명의도 이를 선택 적용받게 됐다.

 

기재위 대안에 따르면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는 현행처럼 1인당 6억원씩 공제를 받아 공시가격 12억원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내는 방식을 택하거나(이 경우 고령자·장기보유 공제 적용 안 됨), 1가구 1주택자처럼 9억원 초과분에 세금을 내되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내년부턴 두 공제를 합친 합산공제율 한도도 올해 70%에서 내년 80%로 늘어나기 때문에 고령이며 장기간 보유할수록 선택권이 있는 공동명의가 단독명의보다 유리하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팀장은 2일 “공동명의는 세부담이 덜한 쪽으로 ‘선택’을 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단독명의보다 낫다”며 “다만 이러한 선택을 매년 바꿀 수 있을지 아닐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어 판단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5:5’, ‘8:2’ 등 지분율에 따라 공제액 초과분이 달라져 보유세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선 “1주택을 전제했을 때 사실상 그 차이는 적게는 몇만 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 자금 출처 증빙 등이 이상 없는 범위 내에선 지분율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도 보유세 폭탄 맞나”… 전문가 “극소수에 해당하는 사례”

 

‘종부세 폭탄’이란 자극적인 표현 때문에 공동명의인 1주택자들도 세부담이 대폭 늘까 봐 불안감이 크다. 하지만 사실상 공동명의와 단독명의의 ‘역차별’이 논의되는 아파트들은 실거래가 10억 후반대 이상의 극소수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날 세계일보가 우 팀장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앞서 공동명의인 이촌동 한가람 아파트의 김씨는 개정안에 따라 2021년 471만원대던 보유세를 458만원까지 줄일 수 있게 됐다. 

 

김씨 내외가 거주 중인 전용면적 84.89㎡의 이촌동 한가람 아파트는 2017년 공시가격이 6억원대였다. 올해 공시가격은 3년 전의 2배 수준인 11억5200만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말 실거래가는 16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박씨가 거주 중인 압구정 미성2차 아파트 전용면적 74.4㎡의 2017년 공시가격은 9억원대, 올해 공시가격은 15억5700만원이다. 지난해 말 실거래가는 21억원을 넘겼다. 그는 이번 개정안으로 2021년 보유세를 753만원에서 653만원으로 약 100만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 제기 너무 과해” vs “징벌형 과세 옳지 않아”

 

이 때문에 소수의 ‘부자’를 위한 세법 개정까지 논의되는 것이 정당한지를 놓고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독명의인 경우 공시가격 9억원, 공동명의는 12억원 미만이면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70% 정도를 반영한다고 봤을 때 17억원대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해야 종부세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지난달 30일 종부세 개정안이 논의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제 지역에 주택 15만호가 있는데, 그중에 종부세를 내는 것은 39호”라며 종부세 대상이 극히 일부라는 점을 부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과)는 ‘종부세 공포’가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은 공시가격이 20억원 전후는 돼야 효과를 본다. 그 혜택도 100만원대 수준으로 크지 않다. 종부세가 일반인이 생각하는 수준으로 ‘폭탄’은 아닌 것”이라고 꼬집으며 “문제 제기가 너무 과하고 언론이 부채질해 예고 없이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이는 지난 9월 세법 개정엔 없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제액 12억원을 넘어 과세하려면 사실상 부자”라며 “그런데 고령자·장기보유 합산공제를 내년도 80%까지 늘렸다. 고가 아파트 보유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 자체가 투기 수요를 잠재우려는 현 부동산 정책 기조와 비교해 봤을 때 잘 된 세제 개편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퇴직 등으로 소득이 불안정한 고령의 실거주자들에게 고가 아파트 보유만으로 세부담을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을 낮춰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자신을 50대 후반 은퇴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올해 종부세가 작년보다 2배 나왔다. 내년부터는 매년 한 배씩 오를 거라고 하더라”며 “은퇴해서 소득도 없고 자녀들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재산세, 종부세 낼 돈을 노후자금으로 준비해 둔 돈에서 꺼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몇 년 지나면 종부세가 수천만원 단위가 된다고 한다. 도저히 이 돈을 낼 자신이 없고, 사는 집을 팔아야 하는데 수십년 살던 동네를 떠날 엄두도 안 난다”며 “종부세를 아파트 매각 후 납부할 수 있도록 후불제 실시를 강력히 청원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앞선 종부세 개정안 회의에서 ‘징벌형 과세’라고 지적하며 “벌금을 토해내게 하듯이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파트 매입을 두고 다투던 부부에게 참극이 벌어진 일을 거론하며 “제2, 제3의 비극이 잠복해있다. 대다수가 편해지니 소수가 고통받는 것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큰일 난다”고도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