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소문 형식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관심을 받았던 ‘진인 조은산’씨가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을 언급하며, 지도자가 국민 앞에 어떤 소통의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강조해 사실상 검란(檢亂) 속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 논란’을 겨냥했다.
조은산은 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대통령의 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관련해 발표했던 대국민 담화문의 일부를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한미FTA는 시작 단계부터 우리가 먼저 제기하고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어낸 것”이라며 “저 개인으로서는 아무런 정치적 이득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로지 소신과 양심을 가지고 내린 결단”이라며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 FTA 협상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문제가 있는지 국회에서 전문가들의 책임있는 논의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기를 제안한다”며 “정부도 국회에 나가 소상히 설명드리고 토론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협상의 내용이 다소 모자라더라도 우리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다”며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갖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전하자.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 번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 내자”고 의지를 다졌다.
조은산은 이듬해인 2008년 일명 ‘광우병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거셌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발표했던 대국민 담화문 일부도 언급했다.
담화문에서 이 전 대통령은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며,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며 “늦은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수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다”고 운을 뗐다.
이 전 대통령은 “저의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많은 갈등을 한 것도 사실이고,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져 온갖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데 제가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느냐”고 물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민 여론이 불거진 상황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이번에 얻은 교훈을 재임 기간 되새기며 국정에 임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며,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조은산은 두 전임 대통령의 담화문을 언급한 뒤, “지도자의 자격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고 이러한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민적 저항에 맞서 회피와 침묵으로 일관하기보다는 뿔을 들어 정면돌파를 선택한 어느 ‘남자들의 글’”이라며 “무엇보다 당당하다”고 이들 담화문에 의미를 부여했다.
조은산은 “구구절절한 변명도 좋고 궤변도 좋다”며 “최소한 침묵이 아닌, 권위를 내던진 지도자의 진실한 목소리를 국민들은 원한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등 헌정 사상 초유의 일에도, 문 대통령이 ‘침묵’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맥락을 드러내듯 조은산은 “사상 초유의 검란에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하느냐”고 거듭 되물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