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추진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지시하고, 법무부가 징계기일을 10일로 연기함에 따라 일촉즉발로 치닫던 위기 국면이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윤석열 찍어내기’ 논란을 의식해 청와대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징계 추진 자체를 취소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태의 여진은 여전히 살아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지시한 사항은 법무부 징계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추진을 놓고 결과가 뻔히 정해져 있다는 비판이 정치권과 여론을 통해 제시되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법무부가) 과속을 하는 데 대해 제동을 걸어야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적 반발과 검찰 내부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문 대통령이 처음부터 윤 총장에게 ‘물러나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그보다는 이를 지켜보면서 절차와 시스템 내에서 해결하길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절차에 대한 청와대의 강조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문 대통령이 지시를 내리고 법무부가 징계 심의기일을 연기한 건 부정적인 여론 확산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공개된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처음 떨어진 것이 주요 배경으로 보인다.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윤 총장 징계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핵심 지지층의 이탈 조짐이 심상찮기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이 ‘숙고 기간’을 갖고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검사징계법상 윤 총장은 사표를 낼 수 없다. ‘추·윤 동반퇴진’ 등 ‘정치적 해법’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어디까지나 윤 총장의 징계 과정은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라는 것이다. 따라서 윤 총장 징계는 어쨌든 그대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여권이 시간을 확보하고 지지율을 회복하고 이를 관리할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수처법 처리 등 개혁 입법 처리를 통해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겠다는 의도다.
박현준·곽은산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