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속 5배’ 극초음속 미사일, 폭격기 탑재된다
음속(시속 6100여㎞)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 공중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핵심 전력이다. 미국 공군은 지난달 20일 재즘(JASSM)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처음 장착한 B-1B 전략폭격기가 캘리포니아주 에드워드 공군기지를 시험비행했다고 밝혔다. 미 공군은 이번 시험에 대해 “B-1B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중거리미사일과 전술핵도 개발
지난해 8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한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5년 후에 개발이 완료될 중거리미사일을 유럽보다 아시아에 먼저 배치하려는 것은 중국 군사력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미군은 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발사 계획을 공개할 당시에는 비행거리가 3000∼4000㎞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괌에서 발사하면 중국 일부 지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미국이 1980년대 운용했던 퍼싱 미사일을 일부 개량한 형태로 추정된다. 같은 해 8월 시험발사된 지상발사형 순항 미사일은 미 해군 토마호크 미사일을 육군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사거리는 1000㎞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지닌 F-35 전투기에는 전술핵폭탄이 장착된다. 미국 3대 핵무기 개발기관인 샌디아국립연구소는 지난달 23일 “F-35에 장착한 B61-12 개량형 저위력 전술 핵폭탄의 첫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B61-12는 최대 50kt의 폭발력과 함께 폭발 강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무기다. 지하 시설 파괴 능력을 갖춰 ‘핵 벙커버스터’로 불린다. F-35의 스텔스 성능을 이용해 은밀한 전술핵무기 사용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술핵무기 운용이 가능한 F-35를 아시아에 투입하면, 중국은 미국의 핵억제력 강화에 따른 전략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국 입장 어려워질 수도
미국의 첨단 전력 증강 기조는 한국에 상당한 어려움을 가져다줄 우려가 있다. 중거리미사일을 괌에 배치하면 중국 일부 지역만 타격할 수 있다. 반면 중국과 인접한 동아시아에 배치하면 중국 해안은 물론 내륙 공격도 가능하다. 항모를 앞세운 중국 해군을 저지할 미 해군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거리미사일 한국, 일본 배치를 시도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축담당 특사인 마셜 빌링슬리는 지난 8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개발 중인 중거리 미사일은 일본에 필요한 방위능력”이라며 일본이 배치 후보지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한미군 에이태킴스(ATACMS) 전술 지대지미사일을 신형 중거리미사일로 교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극초음속 미사일 운용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중국의 반격을 감시하고자 주한미군 사드 AN/TPY-2 레이더를 추가 배치할 수도 있다.
중국과 인접한 아시아 지역에 핵탄두 탑재 가능성이 있는 미군 미사일과 레이더가 배치된다면, 중국은 이를 안보 위협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미국이 INF를 파기한 직후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를 언급하자 “어떤 국가가 중국의 문 앞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중 갈등으로 곤욕을 치른 한국이 2020년대에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대립 구도 속에서 홍역을 치를 위험이 도사리는 셈이다. 정부 소식통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촉발됐던 중국 ‘한한령’이 반복될 수 있다”며 “국익을 고려한 전략을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