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심의기일이 4일에서 10일로 한 차례 더 연기됐다. 법무부는 ‘윤 총장의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댔으나, 앞서 징계위원 명단 비공개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전까진 강행 입장을 고수했던 탓에 치졸한 변명이란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는 윤 총장 측의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일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이고 위원들의 일정을 반영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향후 징계위에서 충실한 심의를 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는 당초 4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무부의 발표대로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방어권을 보장해주려 징계위 일정을 연기한 것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당장 법무부가 이날 윤 총장 측이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오는 8일 이후에 기일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일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 측은 검사징계법 26조에 서류 송달과 기일 지정 또는 변경 등을 형사소송법에 준용한다고 규정돼 있는 만큼, 기일을 미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무부는 이런 주장에 “무리가 있다”면서 예정대로 4일 징계위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윤 총장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법무부가 윤 총장 측 요청에도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란 주장에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징계위는 위원장인 장관과 차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 장관이 위촉하는 외부인사 3명 등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번 징계위의 청구권자가 추 장관이라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고기영 차관이 갑작스레 물러나고 이용구 신임 차관이 위원장을 맡지 않도록 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 외부 인사가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 등 윤 총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사들을 위원 명단에 포함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 측은 이들 인사가 징계위원으로 참여할 경우 심의 당일이라도 기피 신청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 심의가 열리면 출석 위원들은 과반수 찬성으로 징계 여부와 수위를 의결한다. 징계에는 무거운 순으로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이 있다. 만약 감봉 이상의 중징계 결정이 나오면 장관이 대통령에게 징계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하게 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