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단행한 개각은 최근 부동산정책 실패와 밀어붙이기식 ‘윤석열 징계추진’에 따른 비판여론 속에 지지층 이탈 조짐이 보이자 국정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정책 기조를 큰 틀에서 바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개각 대상에서 빠지면서 ‘추·윤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 기대대로 여론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는 경질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김 장관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더불어 ‘원년 멤버’로서, 재임 내내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컸다. 아파트 가격 폭등과 청년층의 ‘영끌 매수’, ‘패닉 바잉’ 등 부정적인 신조어를 양산하면서 정부에 부담을 줬다는 지적이 컸다. “(일산의) 저희 집은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는 말을 했다가 ‘빵투아네트’라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후임 등 여러 고위직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만큼 단순히 ‘경질’로 보기는 힘들다는 반론도 있다. ‘더 크게 쓰려고 돌을 아껴 놓는’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경질설’을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장관은 원년 멤버로 소임을 다했다”며 “새로운 정책에 대한 수요가 있어 변화된 환경에 맞춰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기 위한 변화”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이날 개각으로 민심 상황이 수습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등 이슈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추 장관도 강공을 누그러뜨릴 것 같지 않다. 여권에서는 내년 초쯤 ‘추·윤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돼야 추 장관 퇴진을 포함한 추가 개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번 개각에 대해 야당인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내고 “오기 개각, 사오정 개각, 개(改)각 아닌 개(慨)각”이라고 비판했다. 배 대변인은 “국민이 그토록 교체를 원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빠졌다”며 “문재인 정권 4년 가까이 엉망이 된 국정을 고칠 의지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그냥 국면전환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갤럽은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취임 후 최저치인 3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39%를 기록한 것은 조국 사태 당시인 지난해 10월 셋째주, 부동산 여론이 악화했던 올해 8월 둘째 주 이후 세 번째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현준·장혜진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