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은근 기대하는 눈치인데, 부모 입장에선 걱정이 컸죠. 뒤늦게 청소년의 전동킥보드 탑승을 규제하는 보완책이 나오고 있다지만 아이나 저나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중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모(35)씨는 만 13세 이상이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의 시행을 앞두고 최근 정부·국회가 논의 중인 ‘전동킥보드 청소년 탑승 규제’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규제 방안이 마련되는 건 다행이지만, 이렇게 오락가락할 거면 애초부터 왜 규제를 풀었는지 의문”이라며 “아이의 기대감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인천에서는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고등학생 2명이 한 대의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다 택시와 부딪쳤다. 이 사고로 앞에서 핸들을 잡고 운전하던 학생이 숨졌고, 다른 학생은 크게 다쳤다. 또 남녀 중학생이 전동킥보드를 함께 탄 채 서울 서초구의 골목길을 가다 한 고교생을 들이받기도 했다. 비단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이용자 중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적지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 관련 사고 접수 건수는 해마다 급증 추세다. 올 들어 10월까지만 688건으로 2017년 117건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치솟았다. 전동킥보드 업체 및 이용객 확산과 무관치 않다. 경찰에 정식으로 접수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사고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국회는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최근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불과 7개월여 만에 연령 및 면허 취득 관련 부분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만 16세 미만은 원칙적으로 전동킥보드 탑승이 제한된다.
정부는 이번 논의를 계기로 PM 전용 운전면허 도입도 본격 검토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만간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도로교통공단,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