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검찰개혁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자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일정을 못 박았다.
윤 총장 측이 징계위를 앞두고 절차적 정당성이나 방어권 보장 등을 문제 삼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공정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와 함께 오는 10일 징계위 개최에도 힘을 실어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징계위가 열리더라도 징계위원 기피 신청과 증인신문 등이 예정돼 있고, 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당일 심의부터 의결까지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전국 판사들이 윤 총장의 주요 비위혐의 중 하나인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오히려 수세에 몰리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을 징계위원회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법무부도 윤 총장 측에 1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징계위를 예정대로 연다고 통보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 측에 충분한 시간을 준만큼 이번에는 징계위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총장 측은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한편 여전히 방어권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법무부에 징계기록과 징계 청구 결재문서 징계위 명단 등을 요구했지만 징계 청구 결재문서와 징계위 명단을 받지 못해 징계위를 제대로 준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징계위 명단은 필요할 경우 기피 신청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며 윤 총장 측이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법무부는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이유로 명단 제출을 거절하고 있다.
윤 총장 측은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징계위에 불참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총장 측이 징계위에 불참하더라도 징계위는 열릴 수 있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로 들었던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판사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열린 법관대표회의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는 됐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며 공식 입장은 내지 않기로 했다.
회의에는 제주지법 대표가 현장에서 발의한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확보에 관한 의안’인 이른바 검찰의 ‘판사 사찰 의혹’ 관련 안건이 추가되고 격론이 이어졌지만 표결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법관 정보를 수집한 건 부적절하고 공판절차와 무관하게 다른 절차에서 수집된 비공개 자료를 다루고 있단 점에서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또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과 보고가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어 지양되어야 한다는 등 3~4개 수정안도 제시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한편 윤 총장 측의 위원 기피 신청을 논의하고 이를 의결해야 해 정식 징계 심의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징계 심의에서도 3명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증인신문 역시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여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날 하루로는 시간이 부족해 심의에 대한 의결은 다른 날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