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기세가 좀체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수도권의 지역감염이 급속도로 확산 중인 가운데 비수도권 곳곳에서도 감염 불씨가 이어지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좀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과 휴일 이틀 연속 600명대를 기록한 뒤 잠시 500명대 후반으로 내려왔지만, 집단감염이 속출하면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위를 수도권은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로 각각 격상하면서 방역 수위를 한층 강화했지만,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확산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9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6∼7일(631명, 615명) 이틀 연속 600명대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데 따른 감소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검사 건수가 줄어든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는 최소 600명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많으면 700명 안팎에 달할 수도 있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간 집계한 확진자는 516명이다.
이는 직전일 같은 시간에 집계된 451명보다 65명이 많은 것이다.
특히 지난 4일부터 일별로 동시간대 집계치를 보면 439명→405명→459명→451명→516명 등으로 400명대 중반을 오르내리다가 전날 처음으로 500명 선을 넘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451명이 밤 12시 집계 마감 후 594명으로 불어난 점을 고려하면 이날 신규 확진자 역시 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진자는 바이러스 활동력이 왕성해지는 본격적인 겨울철과 맞물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최근 1주일간 신규 확진자 수는 일별로 511명→540명→629명→583명→631명→615명→594명을 기록했다. 500명대가 4차례, 600명대가 3차례다. 하루 평균 586.1명꼴로 발생했다.
이 같은 급확산세는 방역당국의 확진자 추적 및 차단 속도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따른 것이다.
앞선 1·2차 유행 당시에는 특정 집단이나 시설을 중심으로 감염 전파가 일어나 비교적 추적이 용이했지만 최근에는 가족·지인간 모임, 마을 회관, 시장, 음식점 등 일상적 공간을 고리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방역당국이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까지 다다랐다.
일례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의 '홀덤 펍'(술을 마시면서 카드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주점) 5곳과 관련해 19명이, 또 중구의 한 시장에서 14명이, 종로구의 음식점 '파고다타운' 및 노래교실 사례에서 162명의 확진자가 각각 나왔는데 이들 시설 모두 방역당국이 선제적으로는 물론 사후적으로도 체계적 대처가 쉽지 않은 시설들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새로운 감염이 연일 속출해 방역당국의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충남 청양군의 한 마을회관과 관련해 지금까지 14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전북 완주군의 자동차 공장과 관련해서는 15명이 확진됐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율은 다시 20%를 넘어섰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발생한 신규 확진자 7천463명 가운데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는 1천543명으로, 전체의 20.7%에 달한다. 확진자 5명 중 1명은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감염경로 파악이 늦어지면 질수록 그만큼 접촉자 파악이나 역학 조사에 어려움을 겪게 돼 '숨은 감염원'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자연스럽게 'n차 전파'에 의한 확진자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방역당국은 지금의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다방면에서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전날 회의에서 "현재의 감염 추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의료 체계가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응급, 중증 등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지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서울에서는 전날 새로 확진된 환자 214명 가운데 당일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입원·입소 조치가 이뤄진 비율은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중환자 병상 역시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현재 유행 정도가 가장 심각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방역 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주재한 수도권 코로나19 상황점검 회의에서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수도권 코로나19 대응 특별상황실을 조속히 설치해 수도권 상황에 맞는 방역 대책을 신속히 시행해달라"고 긴급 지시했다.
정 총리는 "국민 절반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방역시스템이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당분간 수도권 방역상황에 대한 특별한 관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