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슬방울은 왜 둥근 모습일까? 가끔 강연에서 묻는 질문이다. 많은 학생이 표면장력 때문이라고 답한다. 표면장력이 있으면 왜 물방울이 둥근 모습인지 질문을 뒤집어 다시 물으면, 일부 학생이 구의 표면적이 가장 작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다시 질문을 이어가, 왜 표면장력이 있으면 물방울이 작은 표면적을 선호하는지, 표면장력이 과연 무엇인지 물으면, 이제 답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이슬방울이 둥근 이유가 표면장력 때문이라고 단답형으로 답할 수 있다고 해서, 이슬방울이 둥근 이유를 학생이 정말로 이해한 것은 아니다.
이제 황제펭귄 얘기를 해보자.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일정 지역에 매년 모여 번식하는 황제펭귄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날씨가 아주 추워지면, 황제펭귄은 다닥다닥 가깝게 모여 높은 밀도의 무리를 이룬다. 바람 없는 캄캄한 밤, 동서남북 어느 방향이나 똑같은 상황에서 황제펭귄의 밀집대형은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한 사고실험으로 찾을 수 있다. 내가 바로, 무리의 맨 바깥 가장자리에서 추위에 떠는 펭귄이라고 상상해보는 거다. 무리 안쪽에서 주변 펭귄과 온기를 나누고 있는 다른 친구 펭귄이 나는 참 부럽다. 무리의 안쪽으로 쏙 들어가고 싶다. 나만 추운 게 아니다. 밀집대형의 바깥 둘레에 있는 모든 펭귄이 마찬가지다. 결국, 가장자리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펭귄의 수가 최소가 되는 상태에서 밀집대형의 모습이 결정된다. 긴 막대 모양보다는 정사각형의 모양일 때 추위에 떠는 펭귄이 적고, 정사각형보다도 원모양이 더 낫다. 이차원에서 면적이 일정할 때 둘레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도형이 바로 원이기 때문이다. 바람 없는 추운 밤, 황제펭귄 무리가 선호하는 밀집대형의 모습은 원이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자, 이제 위의 설명을 3차원으로 확장하고, 펭귄 한 마리를 물방울 속 물 분자로 생각해보자. 물방울의 가장자리에 있을 때보다 물방울 안에 있을 때 물 분자의 에너지가 더 낮다. 손에서 놓으면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처럼, 모든 물체는 에너지가 낮은 곳에 있으려는 경향이 있다. 결국, 모든 물 분자는 바깥보다는 안에 있고 싶어 하고, 지금 자리한 곳이 불만인 물 분자의 숫자가 최소가 되는 상태에서 전체 물방울의 모양이 결정된다. 그리고, 둥근 구가 3차원의 주어진 부피에서 표면적이 가장 작은 모양이다. 물방울이 둥근 이유는 서로 잡아끄는 전기력인 표면장력에 의한 퍼텐셜 에너지가 최소가 될 때의 모습이 바로 구이기 때문이다.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