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숨은 감염자’ 찾기 총력전에 나섰다. 지침을 개정해 사실상 누구나 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익명 검사도 도입한다. 수도권 중환자 전담 병상 89개 등 한계에 다다른 병상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회의’에서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수도권 대학가, 서울역 등 150여개 지역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3주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임시 선별진료소에서는 기존 비인두도말 유전자증폭(PCR:콧속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체취하는 방법) 방식 외에 타액검체 PCR, 신속항원검사 중 검사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정 청장은 이어 “개인 휴대전화 번호만 제공하면 익명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낙인 효과’를 우려한 검사 기피를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대본은 지난 7일부터 확진자와의 접촉 가능성이나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의심되거나 희망하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수도권 선별진료소는 평일은 오후 9시까지, 토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더 넓은 범위로 코로나19 검사를 대폭 확대해 조용한 전파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일부를 중환자 병상으로 최대한 전환하고,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도 추가로 확보한다. 이를 통해 현재 177개인 중환자 병상을 오는 20일까지 308개, 연말까지 331개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수도권은 현재 126개에서 20일까지 200개, 연말까지 215개로 늘리기로 했다. 또 암환자 등 고위험군이지만 아직 위·중증으로 분류되지는 않은 환자들을 수용할 ‘준중환자 병상’을 도입한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거점형 중환자 전담병원을 지정해 병원별로 중환자 병상 10∼20개를 단기간에 비울 수 있도록 준비한다. 중환자만 치료하는 임시 모듈병원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는 이번주 3개소가 추가로 개소한다. 약 570명을 더 수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시립병원 유휴부지에 컨테이너 병상(이동병상) 150개를 설치한다. 우선 10일 서울의료원에 이동병상 48개를 설치 완료하고 나머지 시립병원에 102개를 각각 배치한다.
정부의 급박한 대응은 확진자 증가로 병상 부족 등 의료 체계 전반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집계한 즉시 입원가능한 전국 중환자 치료 병상은 43개다. 수도권은 12개에 불과하다. 일반 코로나19 확진자가 이용하는 감염병 전담 병상은 수도권 558개를 포함해 1714개 병상이 남아 있다. 전국 23개 생활치료센터에는 1954명을 더 수용할 수 있다. 수도권 생활치료센터 수용인원은 1340명이다.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원 혹은 생활치료센터에 배정하는 데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중증도 분류, 역학조사 등을 거친 뒤 이송하게 되는데 이전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8일 발생 환자 270명 중 125명이 당일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입원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나흘째 자택에 대기하면서 고령의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경기도 거주자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환자 500∼600명 발생에 대비해 중환자병상 확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의료체계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는 만큼 국민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진경·안승진·이도형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