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수처 출범이 가시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는 공수처 검사 임명이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의 야당 비토권을 없앤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야당 비토권이라는 견제장치를 무력화한 만큼 공수처 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수사처 검사의 자격 요건도 크게 낮췄다. 변호사 자격보유 기간은 10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수정됐고, 재판 수사 조사업무 등 5년 이상 실무 경력 조항은 삭제됐다. 친여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들이 공수처에 입성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야당 반대로 지연돼 온 공수처장 임명을 서두를 예정이다. 우선 파행됐던 후보추천위부터 재가동할 방침이다. 추천위가 2명을 추천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1명을 공수처장에 임명하게 된다.
문제는 공수처장이 지휘할 검사(25명)를 선발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야당이 반대하면 공수처 검사 선발을 위한 인사위원회가 열릴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해석이다. 공수처법 9조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반드시 인사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 인사위원 2명은 야당 몫이다. 국민의힘이 인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인사위가 열리지 못할 수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황정근 변호사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지금 개정안은 처장 추천위원회 구성을 바꾼 것일 뿐”이라고 했다. 황 변호사는 “(공수처 검사 선발을 위한) 인사위원회는 또 새로 만들어야 한다. 처장이 인사위원장이 돼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처장, 차장은 임명할 수 있지만, 검사들은 임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수처법을 또 개정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라면 수장만 존재하는 ‘나 홀로 공수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허영 대변인은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이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공수처가 출범하면 공수처 운영 규칙을 통해 그러한 규정하에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야당도 본인들의 법적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허 대변인은 공수처장 후보에 대해 “최대한 기존에 추천된 분들에 대한 합의가 존중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전현정 변호사 중 1명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면 내년 1월쯤 공수처가 출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말을 아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공수처 검사 인사추천위 관련 향후 대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때 돼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수사관 충원 문제는 또 다른 쟁점이다. 공수처법 10조2항에 따르면 수사관 정원은 40명이다. 경찰, 국세청 등 타 기관으로부터 파견을 받는다. 파견 공무원이 검찰 수사관일 때만 정원에 포함한다.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은 “정원 외 경찰 수사관은 100명도 파견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무제한으로 경찰 수사관을 받아들여 덩치를 마음대로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