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분 만에 '속전속결'… 巨與가 밀어붙인 공수처 출범길

野 ‘비토권’ 없앤 공수처법 국회 통과
찬성 187 반대 99명… 1명은 기권
본회의 시작 18분 만에 신속처리
정치적 중립 담보 안돼 비판 일어
野 “정권비리 수사 막기 위한 것”
文대통령 “새해 벽두 출범 기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거대 여당이 중립성 논란에 위헌 소지가 해소되지 않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길을 열어젖혔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민의힘의 격렬한 반대 속에 통과시켰다. ‘초헌법적’ 기관인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 등 기존 헌법기관 위에 군림하면서 정권에 충성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은 이날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287명 중 찬성 187표, 반대 99표, 기권 1표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본회의 시작 18분 만에 속전속결로 표결까지 이뤄졌다. 민주당이 지난해 12월30일 공수처를 설치하는 제정안을 강행 처리한 이후 1년 만의 법 개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공수처가 신속하게 출범할 길이 열려 다행”이라면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해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재가동해 초대 공수처장 후보 인선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공수처 신설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검찰이 독점적으로 유지해온 기소 독점권 일부를 내려놓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98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도입을 주장한 이후 2002년 노무현 대통령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설정했고, 문 대통령도 2017년 대선에서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첫 도입 논의 이후 20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눈앞에 두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으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공수처’라는 애초의 취지가 사라지고 ‘정파적이고 정권 친화적인 공수처’가 출범하게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공수처장 추천위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 이상 찬성’에서 ‘추천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바꾼 것이다.

 

이로써 야당 추천위원 2명이 거부해도 여권 성향 추천위원만으로도 공수처장 추천이 가능해졌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처장은 차장 제청권을 갖게 되며, 처·차장은 공수처 검사를 임용하는 인사위원회에 참여한다. 정권 친화적 인사들만으로 공수처가 구성될 수 있는 구조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어 다음달 1일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직접수사권이 대폭 축소되는 검찰보다 권한이 막강해진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공수처법 반대 시위를 하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말다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공수처 구성의 편향성이 문제라는 비판이 있다.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 중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했을 때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고,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요청하면 이를 따르도록 한 ‘강제 이첩’ 조항과 맞물려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사실상 검찰 수사의 손발을 묶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공수처가 출범하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 등 현 정부 핵심부와 관련된 검찰 수사가 공수처로 넘겨져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공수처를 둘러싼 위헌 논란도 진행형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2월 “공수처는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검사의 수사권을 침해하는 초헌법적 기관”이라며 두 건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 주도로 추천위 의결이 이뤄질 경우 이에 대한 무효확인 및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하고,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한 개정법에 대해서도 위헌심판청구를 추가로 제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혜진·이도형·유지혜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