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는 연초 담배를 피울 때 니코틴을 흡입하는 느낌이에요.”, “이 제품만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뚜렷한 감성이 풍부합니다.”
1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전자담배 유튜버 A씨는 최근 게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리뷰 영상에서 한 업체의 제품을 소개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A씨는 영상에서 전자담배 기기의 모양과 기능, 사용법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직접 전자담배를 피면서 제품 고유의 특징을 자세히 제시했다. A씨는 “이 기기는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의 불편함을 해소해줄 수 있다”면서 “배터리 용량이 타제품보다 크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전자담배 기기를 세련된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는 A씨의 영상은 연령 제한 없이 유튜브에서 누구나 찾아볼 수 있으며, 11일 기준 2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보 창구된 유튜브… ‘담배 리뷰’는 막기 어려워
유튜브가 청소년들에게 오락뿐만 아니라 정보제공 창구 역할까지 하면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가 지난 9월 한 달간 국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아이폰 운영체제 사용자 수(MAU) 기준으로 유튜브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10대의 ‘1인당 월평균 유튜브 사용 시간’은 약 45시간으로 전 연령 중 가장 높았다.
현행법은 담배 관련 광고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유튜버들의 이른바 ‘담배 리뷰’ 영상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담배 관련 업체로부터 협찬이나 광고비 없이 유튜버가 자발적으로 올린 영상은 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유튜버가 담배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관련 영상을 게시하면 담배사업법 등의 규제를 위반하는 불법 광고가 되는 탓에 이를 숨기고 영상을 올리는 이른바 ‘뒷광고’ 역시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윤미 흡연제로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영상의) 내용을 봤을 때, ‘광고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데 그 어디에도 협찬이나 광고에 대한 언급 없이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면서 “실제 광고 목적이 아니라 유튜버가 (담배 관련) 주제가 좋아서 영상에 다루더라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비한 전자담배 광고 관련 규정… ‘꼼수’ 광고도
전자담배에 대한 광고·홍보성 영상의 경우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유튜버 게시를 막기 힘든 상황도 발생한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 또는 연초·연초 고형물을 전자장치를 사용해 담배처럼 흡입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을 뜻하며, 크게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로 나뉜다. 현행 담배사업법 제2조는 연초 잎을 원료로 제조한 제품만 담배제품으로 규정, 연초 잎이 아닌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활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관련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연초 고형물에 전자기기로 열을 가해 나온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기기장치가 현행법상 담배제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탓에 이를 노출한 광고들은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한 담배회사는 기기장치만을 노출하는 형태의 신제품 광고를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영리를 목적으로 담배 등(니코틴을 함유하는 담배 유사 제품, 전자담배용 흡연 전용기구 포함)의 이용 관련 정보를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게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유튜버가 광고를 유치하거나, 담배업자로부터 금품을 제공받기 위한 목적으로 담배 등의 리뷰를 하는 것을 제한하자는 취지다.
◆“법 개정·청소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시급”
유튜브는 현재 전자담배용 니코틴 액상 브랜드를 리뷰하는 영상 등에 연령 제한을 적용하고, 담배 관련 제품을 홍보하는 영상에는 광고가 붙지 않도록 자체 규제하고 있지만 관련 영상들을 모두 막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법 개정과 함께, 영상 소비자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플랫폼 공급자인 유튜브를 규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자칫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 등도 생길 수 있으니 수요자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청소년들이 (해당 영상을 보고) ‘담배회사가 주장하는 내용이네’ 등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