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늘어난 택배 및 배달 수요에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생활 쓰레기 문제가 연일 화두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플라스틱과 비닐 등 합성수지 계열 폐기물의 일평균 배출량은 2천 톤에 이르며 확진자 급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된 하반기 쓰레기 배출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쓰레기 대란을 마주한 소비자들의 경각심 역시 높아지면서 환경 문제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는 주요한 소비 기준이 되고 있다. 유통 업계는 쓰레기 최소화를 위해 제품 구성의 일부를 과감히 삭제하거나 플라스틱을 대체할 생분해 소재를 적용하는 등 환경 발자국 줄이기에 속도를 올리는 추세다.
환경 감수성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기업을 향해 보다 적극적인 친환경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제품의 과대 포장이나 불필요한 쓰레기 발생 문제를 공론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기업 역시 이러한 소비자 여론을 모니터링하고 의견을 발빠르게 수용하는 등 적극적 소통에 나서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다.
지난 7월 매일유업은 개별 빨대 부착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엔요100’ 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하는 과감한 결단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의미로 미사용 빨대를 모아 업체에 되돌려 보낸 소비자의 행동에 따른 결정이었다. 지난 추석 CJ제일제당 역시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 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노란색 플라스틱 캡을 없앤 ‘스팸 선물세트’를 선보여 화제된 바 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대신 제품 및 패키지에 자연 생분해 소재를 적용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 씨유(CU)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전국 모든 매장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중단하고 식물성 생분해 소재로 제작된 친환경 봉투를 도입했다. 완전히 분해되는 데 100년 이상이 걸리는 플라스틱 비닐과 달리 해당 친환경 봉투는 58℃ 토양에서 180시간 이내에 생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분해 소재 전환에 있어 사용 주기가 짧은 생필품은 주목할 만한 카테고리다. 그중 비닐 포장과 합성 섬유, 플라스틱 소재 고분자흡수체(SAP) 등으로 이루어진 일회용 생리대의 경우 매립 시 자연 분해되기까지 450년 이상이 소요되며 미세 플라스틱으로 남아 해양 생태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에 최근에는 빨아 쓰는 면 생리대나 유기농 순면 소재로 이루어진 친환경 일회용 생리대를 찾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이탈리아 유기농 여성 위생용품 브랜드 콜만은 일찍이 민감한 여성의 피부와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소재 대신 유기농 면으로 이루어진 일회용 생리대를 제조해왔다. 콜만 생리대는 커버와 날개는 물론 흡수체까지 모두 국제유기농섬유기구(GOTS) 인증 유기농 100% 순면 소재이며, 시트 하단의 방수 필름과 개별 포장 비닐 역시 식물성 전분 소재인 마터비(Mater-bi) 필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리대 시트부터 포장 비닐까지 제품 전체가 58℃ 토양에서 90일 이내 90% 이상 생분해돼 제품이 버려진 뒤 자연에 남겨질 영향을 최소화해 준다.
친환경적 메시지를 담아 차별화된 공간 마케팅을 선보이는 사례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새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지난 7월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친환경 캠페인 '지구를 지켜 바나나' 활동 일환으로 서울 성수동에 ‘단지 세탁소’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내용물로 인해 오염된 용기는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데서 착안해 바나나맛우유 용기를 씻어서 분리 배출하자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반응이다.
10월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스토어 광교 매장에 화장품 업계 최초로 제품의 내용물만 담아갈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오픈했다. 해당 공간에는 코코넛 껍질로 만든 리필 용기 등에 샴푸 및 바디워시 내용물을 소분 판매하는 기기를 비치해 환경부 '2020 자원순환 착한포장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1월 이케아코리아는 서울 성수동에 지속가능성 체험 공간인 ‘이케아 랩’을 개관했다. 집과 지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행동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워크숍과 소셜 이벤트 등을 진행, 다양한 영감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