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첫날이었다. 개정안은 전동킥보드 등 원동기장치 자전거 중 최고속도 시속 25㎞, 총 중량 30㎏ 미만인 이동수단을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PM)로 규정했다. 개정안 이전에 전동킥보드는 차로로만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차로에서 달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도나 횡단보도를 침범하는 이용자가 많자 자전거도로 통행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개정에 맞춰 이날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인도·횡단보도 통행, 2인 이상 탑승, 안전모 미착용 등 규정 위반 사례를 단속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 대부분 안전수칙 준수 미흡
◆PM 관련 교통사고 2년 새 3.5배 증가
최근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안전수칙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은 떨어진다. 전동킥보드를 사거나 공유킥보드를 빌릴 때 안전수칙을 제대로 인지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미흡하고 이용자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 사고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18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킥보드 등 PM 관련 교통사고는 876건으로, 2017년(244건)보다 약 3.5배 늘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도 4명에서 12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2일에는 서울 구로구 남부순환로의 한 도로에서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오토바이와 부딪쳐 숨졌고, 지난달 6일에는 경기 하남시 교산동 도로에서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25t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2018년에는 전동킥보드와 충돌해 보행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용자 대다수는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인도로 주행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달 서울·경기·인천 등 7개 시·도의 69개 지점에서 PM 1340대를 관측한 결과 이용자가 주행 도로(자동차도로)를 준수한 경우는 19.9%(267대)에 불과했고, 10대 중 6대(63.5%·851대)는 보도로 달렸다. 보호장구 착용률은 8.9%에 그쳤다.
◆오락가락 규제… 근본대책 필요
오락가락하는 규제도 문제다. 전동킥보드는 이번 법 개정으로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가 없어도 탈 수 있게 됐다. 헬멧 미착용 시 부과하던 범칙금도 사라졌다. 정부와 국회가 신산업 육성을 명목으로 안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법을 개정한 것이다.
이후 청소년을 비롯해 안전사고 확산 우려가 커지자 지난 9일 원동기 이상의 면허증을 가진 사람만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재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추가된 규정은 유예기간 때문에 바로 적용되지 않아 ‘입법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다.
정부는 재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4월까지 안전모 미착용이나 2인 이상 탑승, 어린이 주행 등에 경고·계도활동을 하고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정부와 지자체, 15개 PM업체 등이 참여한 민관협의체는 PM 대여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전문가들은 땜질식 규제나 단속보다 주행 환경 개선, 보험 의무가입 등 근본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단속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용자가 도보로 주행하는 것은 차도로 나가면 죽을 것 같기 때문”이라며 “이용자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이용 수칙과 운행구역을 손보는 등 총체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자동차운송디자인학)도 “입법 공백 기간 동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더 세밀한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