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표 채우려 ‘필버’ 종결 투표한 국회의장… 野 “인정 안해”

후폭풍 계속… 민주당 향해 “나홀로 독재당”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로 막을 내린 정기국회·임시국회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과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 쟁점법안들의 통과를 최대한 지연하고자 돌입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여권이 강제 종결시킨 것과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까지 표결에 참여한 일을 문제 삼아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적을 이탈해 중립을 지켜야 할 의장이, 더구나 법안 내용도 아니고 의사 진행에 관해 특정 정당을 편들어 의장석을 비우고 (투표하러) 내려간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6선 의원인 박 의장은 국회의장이 되면서 당적을 이탈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박 의장이) 연이틀이나 의장석에서 걸어 내려온 건 의장직을 포기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의장직을 스스로 포기한 박 의장을 인정하지 않고, 박 의장이 진행하는 (본회의) 사회를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의장은 지난 13일부터 이틀에 걸쳐 국정원법 개정안,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에 각각 참여했다. 민주당은 애초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존중하겠다고 했으나 말을 바꿔 토론 종결을 요청했고, 투표가 진행됐다.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는 재적의원 300명 중 3분의 2인 180표를 얻어야 가결된다. 특히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의 경우 180표를 간신히 채워 박 의장의 참여가 아니었다면 부결될 뻔 했다. 토론 종결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되지만, 박 의장은 찬성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민주당은) 더불어도 아니고, 민주도 아니다”라며 “나홀로 독재당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저 사람들은 아직도 권력과 의원 숫자에 취해 민심의 무서움이나 역사의 법칙을 잊고 있나 보다”라며 “국민은 요 며칠 사이의 정권의 오만과 폭주를 보면서 이제 ‘다음 선거에는 어떻게 해야 되겠다’고 서서히 마음을 잡아가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의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막장 횡포에 의원으로써 자괴감을 넘어 의회 민주주의 파멸의 공포감이 엄습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