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에 불 붙은 노숙인… 지나가던 커플이 담요로 생명 구해

추워서 불 피우고 자다 봉변… 양다리에 2도 화상
소방 관계자 "당황하지 않고 불길 제합한 시민들께 감사"
불길 휩싸인 노숙인의 모습. 연합뉴스

노숙인이 날씨가 추워지자 밤에 불을 지피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몸에 불이 옮겨붙어 위급한 상황에 부닥쳤다. 차량에서 이 모습을 보던 젊은 남녀가 불에 붙은 노숙인을 구해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16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3시쯤 남구 주월동의 한 자동차 수리점 앞에서 노숙인 A씨(50)의 바지에 불이 붙었다.

 

A씨는 겨울 추위를 버티기 위해 종이상자 등 쓰레기에 불을 지폈고, 그 온기에 잠을 청했다. A씨는 온기에 잠에 들었지만 자신의 바지에 불이 옮겨붙었다. A씨는 손으로 불을 꺼보려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때마침 차를 몰고 그 앞을 지나가다 불길을 본 B씨(30)와 여자친구는 담요를 들고 차에서 내려 A씨에게 향했다. B씨 커플은 행인인 신원미상의 남성 1명과 함께 불길을 잡았고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소방대원은 불길이 다 잡힌 것을 확인, 소화기로 잔불마저 정리했다. 이 불로 양다리에 2도 화상을 입은 A씨는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시민의 도움으로 한 생명을 구하게 됐다"며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불길을 제압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