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잃은 원전·라임 수사 흐지부지되나 [윤석열 2개월 정직]

檢, 靑 개입 등 비리 의혹 수사
외풍 차단막 실종, 동력 잃을 듯
일각선 “검찰 내 반발 기류 거세
수사팀 수사 강도 더 세질 수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16일 ‘정직 2개월’ 중징계로 사실상 지휘권을 박탈당하면서, 여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주요 비리 의혹 수사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이 의욕적으로 챙기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 연루설이 제기된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가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윤 총장 징계 사태 국면에서 가장 관심을 받았던 검찰 수사는 월성 1호기 사건이다.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은 원전이 갑자기 조기 폐쇄 쪽으로 무리하게 결정된 과정에 청와대 등 권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미리 답을 정해놓고 월성 원전의 경제성을 조작해 낮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무성했는데, 감사원 감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했다. 감사원은 지난 10월 “월성 1호기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검찰은 정부 정책 영역인 원전 조기 폐쇄 자체보다는 폐쇄 과정의 불법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 수사해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의해 직무배제를 당한 뒤 복귀하자마자 챙긴 것도 원전 수사다.

 

원전 실무 책임자였던 산업부 공무원들을 구속한 검찰의 칼날은 우선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청와대가 부적절한 개입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 여권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수사 외풍을 차단해줄 윤 총장이 이번 징계로 손이 묶이면서 수사가 탄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약 2조2000억원이 환매 중단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수사는 가뜩이나 수사가 더딘 상황에서 엄정한 수사를 강조했던 윤 총장이 지휘권을 상실하면서 수사 동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의 친한 친구(송철호 울산시장)와 관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도 마찬가지일 공산이 크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지난 8월 인사조치로 기존 인력이 뿔뿔이 흩어졌다.

 

기존 수사팀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당시 사회정책비서관)의 선거개입 혐의를 상당 부분 시사하는 보고서를 남겼으나 새 수사팀은 기소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검찰이 재판에 넘긴 더불어민주당 한병도(전 청와대 정무수석)·황운하(전 울산경찰청장) 의원 등에 대한 재판도 공전을 거듭하며 본 심리를 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여권이 윤 총장을 찍어내려고 추 장관을 앞세워 온갖 무리수를 동원한 데 대한 검찰 내 반발 기류가 거센 점을 감안, 일선 수사팀이 수사 강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총장 징계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공감대가 많아 정권 수사를 향한 칼끝을 더 날카롭게 벼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