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음식 재사용 식당’ 유튜브 영상으로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유튜버의 갑질과 횡포를 막고 자영업자들이 마음 편히 장사에 전념하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대구의 한 자영업자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유튜버의 허위사실 방송으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법과 제도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간장게장 무한리필 지역 맛집으로 자리매김하던 중, 어느날 맛집 유튜버라며 방문해 촬영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 유튜버님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무한리필 식당’이라는 제목으로 저희 매장 영상을 올렸고, 그 영상으로 저희 매장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식당으로 낙인이 찍혀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청원은 16일 오전에만 6000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서 전체 공개 전환 검토에 들어갔으며, 17일 외부에 공개됐다. 청원에는 이날 오전 10시까지 약 2만8000명이 동의했다.
A씨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하고자 직원들이 해당 영상 댓글에 ‘폐쇄회로(CC)TV도 다 보여드릴 수 있다’고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글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게 모두 차단했다”며 “이를 보고 옹호한 누리꾼의 글까지 모두 삭제시키는 등 영상이 무차별 확산될 때까지 방치한 유튜버님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영업자 피해는 신경 쓰지도 않고 본인 유튜브 영상 이슈화를 위한 생각으로 해명 댓글과 옹호글을 차단한 거라면 참으로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무차별적 악성댓글 난무에 따른 정신적 고통으로 결국 영업을 중단했다”고 피해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영상을 올렸던 유튜버 ‘하얀트리’는 매장 측의 항의에 ‘해명 방송을 촬영해서 올리면 된다’고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사과 영상을 업로드했으나, 이미 유튜버님이 재촬영 오셨을 당시 우리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음에도, 저희 매장이 입은 피해에 대한 일체 언급조차 없이 유튜버의 이미지 관리 밖에 안 되는 본인의 해명 영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1년여 코로나도 극복하면서 성실하게 운영한 매장을 한 유튜버의 허위 영상으로 문 닫게 된 상황이 너무나도 억울하다”며 “다른 자영업자들도 현재 (비슷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생각되고, 앞으로 피해는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다들 어려운 시국에 자영업자들 피해가 가중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제도 마련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구독자 69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하얀트리’는 대구의 한 무한리필 간장게장집을 방문한 영상을 자신의 채널에 공개하고, 리필한 게장에서 밥알이 나왔다며 ‘음식 재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밥알은 자신이 식사할 때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고, 이후 하얀트리가 해명 영상을 촬영하러 식당에 찾아갔을 때는 식당은 이미 비판에 시달리다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하얀트리는 최근 영상에서 “어떠한 정확한 팩트를 갖고 영상을 풀어나가고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제 파급력을 생각하지 못한 무지함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식당이 본 피해를 돌이킬 수는 없었다.
한편, 모든 유튜버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로 일반 시민에게 피해 끼치는 유튜버가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에 대한 제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악의적으로 손해를 끼친 게 아니라면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타국의 경우 이런 식의 논란이 커지면 계정을 더는 주지 않는다든지 해서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규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자사 계정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에 대해 유튜브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며 “다만 유튜버를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은 2년 전에도 시도됐지만 결국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