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발간된 ‘제9회 위(Wee) 희망대상 우수사례집’에 실린 학생 사례 중 학업 스트레스와 관련해 호소하고 있는 내용이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 소화불량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데서 나아가 심각한 경우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모습이다. ‘위(Wee)’는 정부가 학생 학교 적응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상담 등의 서비스다.
학업 등 원인으로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느끼는 학생들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 사태를 맞아 학습환경까지 바뀌면서 학업 스트레스가 강화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감염병 예방·치료 지원뿐 아니라 학생에 대한 심리 지원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수치가 대체로 해마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2015년 35.4%에서 2016년 37.4%, 2017년 37.2%, 2018년 40.4%, 지난해 39.9%로 변화했다. 우울감 경험률도 2015년 23.6%에서 2016년 25.5%, 2017년 25.1%, 2018년 27.1%, 2019년 28.2%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스트레스·우울감은 역시 대입을 앞두고 학업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고등학생이 중학생보다 높은 모습이었다. 지난해 기준 고등학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42.4%로 중학생(37.2%)보다 5.2%포인트 높았다. 우울감 경험률 역시 고등학생의 경우 29.4%로 중학생(26.9%)보다 2.5%포인트 높았다.
이런 상황에는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부족해지는 수면시간·운동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인 고등학생 비율이 45.9%나 됐다. 초등 4∼6학년의 경우 1.3%, 중학생이 10.7%인 데 비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주 1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고등학생 비율도 40.1% 수준으로 초등 4∼6학년(75.3%)이나 중학생(51.4%) 대비 많이 낮은 모습이었다.
◆“코로나 19에 학업 스트레스 증가”
이런 가운데 올해 코로나19 상황은 학생 스트레스를 강화하고 있다. 학생 10명 중 4명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학업 스트레스가 증가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가 최근 나온 것이다.
대구시교육청·대구학생자살예방센터가 지난 5∼6월 대구 지역 중·고교 재학생 8177명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이후 학교 재난정신건강평가’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학업 스트레스 변화를 묻는 질문에 44.8%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전과 같다’는 답변이 45.8%였고 ‘감소했다’는 9.4%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후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 또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코로나19 이전(지난해 12월 이전)에 9.0%였으나 지난 5월 등교 개학 이후 12.7%까지 증가한 모습이었다.
스트레스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역시 학업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의 영역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가장 높은 응답률이 나온 게 ‘공부’(62.3%)였고, 이어 ‘성적’(51.9%), ‘비일상적 경험’(32.2%) 등 순이었다.
스트레스에 나아가 정서적 위기 상태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7.6% 수준이었다. 응답자 중 61.7%는 코로나19 경험 이후 정서적 위기 경험 횟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런 정서적 위기 상태를 유발하는 원인 역시 많은 경우 학업과 관련돼 있었다. 정서적 위기 상태의 원인을 묻는 물음(복수응답)에 ‘학업 및 진로’를 택한 응답자 비율이 67.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정신건강’이 38.8%, 가족갈등이 35.4% 등 순이었다.
평가를 주관한 원승희 대구학생자살예방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전과 확연히 다른 환경에 놓이면서 정서적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감염병 예방·치료 지원과 함께 학생에 대한 재난 심리 지원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