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동북아사무소에 자신을 분쟁지역에서 근무하는 유엔 소속의 군인, 의사 또는 고위직원으로 사칭해 접근한 뒤 분쟁지역에서 일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송금을 유도하는 ‘로맨스 스캠’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주로 자신의 불우한 가정사를 거짓 토로하며 피해자의 동정심을 유발, 친분을 쌓는다. 이들은 피해자를 만나러 가기 위해 휴가나 퇴직을 신청하고 싶지만 분쟁지역의 특성상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거짓 호소한 뒤, 피해자가 수수료 송금을 해야 휴가 및 퇴직이 가능하다며 지속적으로 금전을 탈취한다. 유엔 직원의 휴가 또는 퇴직 결정은 전적으로 해당 직원의 의사에 달려있으며, 유엔은 직원의 가족 또는 친지로부터 어떠한 명목으로도 금전이나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유엔 혹은 유엔 관련 기관의 고위 관료를 사칭한 SNS 계정을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접근, 업무상 자금이 필요하다는 명목을 내세워 돈을 가로채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중소기업의 사업가들에게 접근, 해당 회사의 사업 또는 제품이 유엔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와 잘 맞겠다며 거액의 허위 계약을 내세워 유인한 후, 사업을 추진하려면 회사가 먼저 유엔에 등록되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탈취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용, 마스크 생산업체에 접근하여 유엔 로고가 새겨진 마스크 생산 허가를 내주겠다며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기가 늘고 있다. 유엔은 조달절차과정에 있어 사업자에게 어떤 명목으로도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거액의 송금을 빙자한 사기도 늘고 있는데, 이 유형은 로맨스 스캠과 연계되기도 한다. 자신을 유엔에서 극비의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라 칭하며 피해자에게 거액의 비자금 금고를 발송했다고 속이고 각종 허위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탈취하는 사기 유형이다. 이들은 처음에 로맨스 스캠과 비슷한 유형으로 접근하여 피해자와 친분을 쌓고, 자신의 기밀 업무 유지를 위한 비자금이 든 금고를 발송하였다고 속인 후 이를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그 후 발송 과정에서 금고가 세관에 계류되었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관에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식으로 속여 금전을 갈취한다. 피해자는 어떻게든 금고를 입수하면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것이란 생각에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송금하게 되며, 억대의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 위조 유엔 여권 발급과 관련한 사기로 인한 피해도 있다. 자신을 유엔의 고위직 직원이라 속이고 접근, 유엔의 일자리 혹은 명예직 · 봉사직 등을 제공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갈취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매우 정교하게 위조된 유엔 여권을 만들어 영상을 찍어 보여준 뒤, 수수료를 송금하면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속여 금전을 갈취한다. 유엔은 직원 채용과정에서 어떠한 명목의 수수료도 받지 않으며, 명예직 · 봉사직 직책이 없으며, 직원에게만 유엔 여권을 발급한다.
#유엔사무총장 명의의 유엔친선대사 직위를 수여한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가로채는 사기 유형도 발생한다. 유엔 친선대사로 임명되면 상당액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원하는 지역의 사무소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기 이메일을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한 후, 응답자에게 수백~수천만원의 수수료를 챙긴다. 유엔사무총장이 임명하는 유엔친선대사는 없으며, 유엔개발계획 (UNDP), 유엔난민기구(UNHCR) 등 13개 유엔 전문기구가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문화, 예술인 등을 각 기관의 친선대사로 임명한다. 현재 한국에 유엔 기구 친선대사로 있는 사람은 유엔난민기구의 정우성, UNICEF의 안성기와 김혜수, UNAIDS의 홍명보, 유엔식량기구의 장동건 등 유명도와 영향력 있는 인물들로 이루어지며, 일반 개인에게 부여되지 않는다. 유엔 사무총장은 평화사절(Messengers of Peace)을 임명하며, 올해에는 요요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문화, 예술인 및 학자 13명이다.
UNESCAP 동북아사무소는 지난해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하루 평균 3~4통의 사기 관련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최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이용한 비대면 유엔 사칭 사기가 폭증하고 있다. 이들은 SNS 사칭 계정을 이용, 불특정 다수에게 접근하여 친분을 쌓은 후 송금을 유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UNESCAP는 유엔 사칭 사기 의심이 들 경우, 먼저 UNESCAP 동북아사무소(032-458-6600) 또는 기타 한국 소재 유엔 기구 및 국제기구에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 소재 UN 기구 및 국제기구의 명단은 한국주재 유엔사무소 홈페이지(www.un-rok.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UNESCAP 관계자는 “최근 벌어지는 유엔 사칭 사기는 대부분 해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속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며 “시민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UNESCAP 동북아사무소는 국제개발협력에서 유엔 역할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2008년 유엔총회 결의안(63/260)에 의해 설립됐다. 2010년 5월 인천 송도에 개소하였으며, 한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북한 등 동북아 지역의 환경문제와 무역 원활화, 교통 연계성, 전력망 연계, 재난위험 저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