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사고 취소 위법”… 후속 재판 영향 촉각

지정취소 10곳 소송 중 첫 판결
1심 “평가기준 변경, 재량권 남용”
최종 승소해도 2025년까지 유지
헌소 결과 따라 생명 연장 결정

지난해 지정 취소된 전국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10곳이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지정 취소가 부당하다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에서 “자사고 취소는 위법”이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다른 자사고들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부장판사 최윤성)는 지난 18일 해운대고 학교법인이 지난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부산시교육청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부산시교육청은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0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해운대고는 5년마다 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종합점수 54.5점을 받아 기준점수(70점)에 한참 못 미쳤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를 근거로 해운대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고, 교육부도 이 결정에 동의했다. 재판에서는 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해 행정당국이 만든 자사고 평가지표 내용의 적합성과 공표 시기를 두고 소송 당사자들이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는 부산시교육청의 해운대고 자사고 취소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사고 지정 기간 연장을 위한 기준점수를 2014년 60점 이상에서 2019년 70점 이상으로 10점이나 상향한 것은 해운대고에 아주 불리한 변경”이라며 “그런데 부산시교육청은 2018년 12월31일 해운대고에 통보하고 이를 학교 운영성과에 소급해 적용한 것은 재량권의 자의적 해석”이라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은 “자사고 지정 취소는 공정 엄정하게 평가해 결정한 것인데, 의외 판결이 나왔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교육 당국은 이번 판결이 단순히 해운대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른 자사고들도 지정 취소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자사고는 해운대고와 서울의 자사고 8곳(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경기도의 안산동산고다. 이들 학교는 올해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운명이었으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행정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일시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가처분 결정의 효력은 자사고 측이 낸 행정소송이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다. 길게는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해운대고가 1심에서 승리하자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자사고들은 판결을 반겼다.

그러나 이들 학교가 최종 승소해도 교육부가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한 2025년 2월까지만 지위가 유지된다. 결국 이들 학교가 낸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생명 연장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