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야권 단일후보 선출 방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안 대표가 자당에 들어와 경선에 참여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안 대표는 21일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4·7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고 야권통합 경선을 염두에 둔 ‘경선룰’ 변경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이날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당 지도부의 반응으로 안 대표 ‘몸값’이 더 높아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 통합후보 선정 방식을 놓고 한동안 양측의 신경전과 물밑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후보 단일화 방식으로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는 ‘내부 경선’ 모델과 2011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박영선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결선 경선을 치러 단일화를 이룬 ‘순차 경선’, 모든 야권후보가 반문(反文) 빅텐트 아래 치르는 ‘원샷(통합) 경선’ 등 3가지가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내부 경선을 선호한다. 여의치 않을 경우 보수 빅텐트에서 경합하는 원샷 방식도 고려 중이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대표에게) ‘국민의힘에 들어오라’고 한 말씀은 있었지만 (이는) 약속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구호였다”며 “서울시장과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뭐든지 다 오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1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경선룰을 확정하고 예비경선은 100% 일반시민 투표, 본경선은 책임당원 20%·일반시민 80%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 출마로 보궐선거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이르면 이번 주 내 구성될 공관위에서 경선룰 변경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본경선에서 당원 20% 비율이 존재하는 한 안 대표가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며 국민의힘 입당 및 보수 빅텐트의 통합 경선 가능성을 일축했다. 안 대표가 ‘연립’을 강조한 것은 당대당 결선 경선을 치르는 선거연대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단일화하는 방식은 잘한 선택이 아닌 것 같다는 인식을 저희가 공유하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당대당 경선 방식에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103석 국민의힘 후보 경선이 ‘3석 초미니 정당’ 국민의당 후보와 겨루기 위한 전초전이 되는 것에 거부감이 상당하다. 단일화 과정에서 비방전이 펼쳐지고 통합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민주당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승리했다.
다른 예비 주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선동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안철수를 포함한 ‘원샷 경선론’을 반대한다”고 밝혔고,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경선 없이 쉽게 가고 싶은 ‘꽃철수’는 안 된다”며 내부 경선을 요구했다. 한편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본인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1997년 서울대병원에서 아들을 출산했음을 증명하는 의사 소견서를 공개하며 원정출산 의혹을 반박하고 나섰다. 사실상 선거 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