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못 돌봐요”… 가족마저 외면하는 요양병원 코로나 확진자

확진 판정 부모 돌봄 포기하는 사례 잇따라
지자체, 요양보호사 확보에 골머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확진자의 가족이 돌봄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남 화순군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1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중 입소자는 11명인데 치매 환자와 거동이 불편한 입소자에 오랜 기간 누워 지낸 침상 환자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24시간 보호가 필요하다. 따라서 입소자가 확진되면 가족 1명이 함께 치료센터에 들어가 보살펴야 한다. 하지만 이 요양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센터로 옮겨진 입소자 가족 중 일부가 돌봄을 포기해 화순군이 급히 요양보호사를 구하고 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이 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기는 좀처럼 어렵다는 말이다. 자식들의 이기적인 태도를 꼬집는 뼈아픈 말이다. 최근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확진 판정을 받은 입소자의 가족이 부모 보호를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져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화순군뿐만 아니라 부모의 돌봄을 포기하는 사례는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의 한 요양원에서는 23일 기준 사망자 4명을 포함해 모두 8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요양원에서는 입소자 53명이 감염됐는데 대부분이 고령이다. 혼자서는 식사나 목욕 등이 불가능해 간병인이 대소변까지 받아줘야 하는 환자들이다. 하지만 입소자 가족 대부분이 생계 등을 문제로 돌봄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 관계자는 “돌봄 인력이 확보되는 대로 이들을 치료 병동으로 이송 조치하고 있지만 간병인 역시 감염 위험이 큰 탓에 모집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확진자 가족에게도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확진된 자녀를 돌보는 부모는 많다. 최근 강원 동해시에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어린 학생과 함께 부모들이 격리를 선택했다. 동해시 망상 제2오토캠핑장에 갖춰진 생활치료센터에는 전날 기준 41명이 입소해 있다. 이 중에는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10명의 부모도 함께 격리됐다. 어린 자녀를 홀로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방역당국은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중심으로 한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확산세에 환자 돌봄 거부 사례가 늘어날까 우려하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매우 가슴 아픈 상황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아쉽다”면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의 사전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더욱 치밀한 방역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동=배소영 기자, 전국종합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