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전국민에게 지급된 가구당 100만원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 가운데 추가 소비로 이어진 것은 36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3일 발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시점’ 보고서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증가한 신용카드 매출액은 4조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급한 1차 지원금 가운데 카드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11조1000억∼15조3000억원의 26.2∼36.1%에 해당한다.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은 가구가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26만∼36만원을 더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 매출 증감률을 보면 신규 확진자 발생이 급증한 8주차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9%에 달했다. 그러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직후인 23주차에는 13.9%로 상승했고, 이후 서서히 하락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민간소비로 이어졌다. 올해 2분기 국내 실질총생산은 전기보다 3.2% 감소했지만 민간소비는 1.5% 증가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한 매출액 증대 효과는 내구재·준내구재가 10.8%포인트, 필수재가 8.0%포인트, 대면서비스업 3.6%포인트, 음식업 3.0%포인트 순이었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전(16∼18주) 매출액 감소가 대면서비스(-16.1%), 내구재(-12.1%), 음식업(-10.1%), 필수재(2.1%) 순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면서비스나 음식업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감염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대면서비스 소비를 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DI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가구소득 보전만으로는 여행업, 대면서비스업 등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향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경제주체별 피해 규모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수집·분석함으로써 피해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