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장관·1·2차관 ‘연정라인’ 싹쓸이… 강경화 교체되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최종문 전 주프랑스한국대사가 새 외교부 제2차관으로 내정됐다. 이번 인사로 외교부의 장관, 제1차관, 제2차관이 모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 내각의 유일한 ‘원년 멤버’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교체 신호가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청와대는 23일 10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외교부 2차관에 최 전 대사를 내정했다. 최 전 대사는 외무고시 출신으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다자외교조정관, 핵안보정상회의 교섭대표 등으로 일한 다자외교 전문가다.

 

최 전 대사가 외교부 2차관에 오르면 외교부의 장관과 제1차관, 제2차관이 모두 이른바 연대 정외과 출신을 일컫는 ‘연정라인’으로 채워지게 된다. 최종건 차관은 학부 학위를 연대 정외과에서 받지는 않았지만, 석사 학위를 받고 교수 생활을 했다. ‘연정라인’은 현 정부 들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중심으로 연대 정외과 출신들이 외교안보라인의 요직에 잇따라 임명되며 생겨난 말이다. 문 특보를 비롯해 강 장관,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최종건 차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등이 연정라인의 주요 인사로 꼽힌다. 이들은 정권 출범 초기부터 문재인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등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이달 초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교체되는 등 개각 명단이 발표될 때 강 장관은 빠졌다. 이에 강 장관이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번 인사로 강 장관 역시 곧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외교부 수뇌부를 모두 같은 대학, 같은 과 출신으로 채우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외교부 내에선 지난 8월 임명된 최종건 제1차관과 함께 제2차관마저 새로운 인물로 바뀌면서 ‘신·구 조화’ 차원에서라도 강 장관이 유임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강 장관이 곧 재임 5년차를 맞이하는 만큼 그간 정치권과 관가에선 강 장관 교체설이 꾸준히 반복됐지만, 다자외교와 국제무대 경험이 많은 강 장관을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인사로 2년3개월간 재임하며 강 장관을 보좌했던 이태호 2차관은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지난해 헝가리 유람선 사고, 올해 코로나19 재외국민 귀국 지원 등에서 현장을 직접 통솔하며 실무형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평가받았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