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신 TF’ 2개월 비공식 운영… 정부, 도입 ‘골든타임’ 놓쳤다

7월 구성 불구 예산·인력지원 부실
당시 복지장관 결재조차 못 받아
8월 확진자 급증에 9월 공식 출범
민간전문가 2명 임상시험도 맡아
백신 도입 업무는 적극 대응 못 해
사진=뉴시스

정부가 7월부터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활동을 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장관 결재조차 없는 ‘비공식 조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TF 구성과 TF를 지원하는 사무국 역시 인사와 예산 지원 등이 부실해 내부적으로 백신 도입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대통령이 백신 확보를 지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3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의 내부보고서 ‘임상시험 지원TF 및 백신 도입TF 구성·운영(안)’에는 “치료제·백신 개발 및 도입 등은 내년까지 장기 대응이 필요하나 인사 발령 등 별도 조치 없이 비공식 TF를 운영,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실장을 팀장으로 한 백신 도입TF 운영안이 담겼다. 9월3일자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향후 계획’으로 “TF 제도화는 늦어도 9월 초까지 조속 마무리”하겠다고 돼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백신 도입TF가 7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나, 당시에는 백신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힘든 비공식 조직으로 운영됐다는 의미다. 또 9월 이전까지는 TF 활동에 대한 복지부 장관의 결재조차 없었다. 한 관계자는 “민간위원 수당 등 예산 확보에도 근거가 필요한데 장관 결재가 없어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비공식 기구였던 TF가 9월에 공식화된 건 8월 발생한 2차 코로나 대유행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TF를 재정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총리도 “7월 TF팀이 가동될 때는 국내 확진자가 100명 정도라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공식 TF의 인적 구성도 복지부·외교부 등 공무원이 12명이고, 민간전문가는 2명에 불과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1천명대로 올라선 2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더구나 민간전문가들은 국내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지원TF’에도 동시에 소속돼, 백신 도입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아울러 정부가 국내 치료제·백신 개발 및 도입을 위해 4월 출범시킨 위원회 역시 인적·물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보고서는 “현재 확보된 사무국 예산(1500만원)으로는 1개월 운영도 어렵다”며 “파견 공무원 등 7명이 근무하는데 업무량 증가 등을 고려해 조속한 충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9월 이전 TF가 비공식적으로 운영된 데 대해 “코로나19 때문에 워낙 정신이 없었고 신속하게 TF를 꾸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면서 “민간위원들이 적은 것도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이희경·이강진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