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KBO에서 영구제명된 뒤 키움 히어로즈는 구단의 관리 감독을 책임질 이사회 의장으로 허민(44) 위메프 창업주를 뽑았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운영하기도 했고, 포크볼을 연마해 본인이 직접 미국 독립리그의 선수로 나서기도 할 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어 구단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허 의장이 지난 2월 키움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직접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때만 해도 구단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이벤트로 여겼다. 그런데 6월 허 의장은 퓨처스리그 훈련장에서 2군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던진 장면이 보도되며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키움은 선수를 동원해 허 의장의 투구 모습을 촬영해 방송사에 제보한 팬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근 이택근(은퇴)이 KBO에 관련 내용을 담은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관한 품위손상징계요구서’를 제출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제 정 총재가 징계안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정 총재의 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상벌위 의견과 여론 사이의 괴리 때문으로 보인다. KBO는 지난 3월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파문 때 제재금 2000만원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KBO는 당시 “리그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 사안이 또 발생할 때는 신인 지명권 박탈, 리그 제명 등 강력한 대응책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법률전문가 등이 포함된 상벌위원들은 허 의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허 의장 제재는 불가능해 강력한 징계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법정으로 갈 경우 승소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또다시 가벼운 제제라면 제대로 된 징계가 아니라는 여론의 따가운 비판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 총재는 오는 31일로 자신의 임기를 마친다. 임기 동안 적지 않은 비판에 시달렸던 정 총재로서는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많은 사람이 납득할 징계안을 도출하고자 고심 중이다. 특히 KBO가 키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경우 키움 측이 법정 다툼을 벌일 전망이라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