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의 탓, 탓, 탓 [현장메모]

더불어민주당은 ‘네 탓’으로 지난 한 주를 열었다.

 

시작은 ‘언론 탓’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 시기가 늦어져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한국 언론을 일본 극우 언론에 빗댔다.

배민영 정치부 기자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백신 접종 시기와 관련해 한국은 빨라야 2, 3월이란 기사가 보도됐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우려가 있었다”면서 “얼핏 보면 한국을 적대시하는 일본 극우 언론 기사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 언론 보도 내용”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가 늦어진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미다. 지난 주말, 청와대는 “내년 2월부터 의료진·고령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입시비리 등 사건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이번엔 ‘법원 탓’을 했다. 초선부터 중진의원까지 발 벗고 나서 “법원이 의심의 정황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의 선입견이나 예단, 편견이 작용한 나쁜 판례”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법조계에선 우리 사회 분쟁 해결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을 정치권이 흔드는 모습에 우려했다.

 

심지어 ‘술 탓’도 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를 주취 폭행한 의혹과 관련해 김종민 최고위원은 라디오방송에 나와 “자는 상태에서 택시기사가 깨우는데 자다가 깨우면 상황판단이 안 돼서 화를 내거나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주취 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2018년 한 해에만 10만1777명에 이른다.

 

2020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다. “나는 옳고 타인은 틀렸다”는 뜻으로 내로남불의 의미를 담고 있다. 새해엔 민주당이 다수 의석에 걸맞은 책임감과 겸허함을 보여주길 국민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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