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내정하는 등 3개 부처에 대한 조각을 통해 국정 쇄신의 첫 발걸음을 뗐다. 사실상 추 장관 교체가 핵심인 ‘원 포인트 개각’이라는 평이다. ‘윤석열 사태’로 훼손된 국정 운영·검찰개혁 동력을 회복하면서 집권 5년차를 맞이하겠다는 목표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 검찰개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교수 출신으로 이번 정부 첫 법무장관이 된 박상기 전 장관을 시작으로 조국 전 장관, 판사 출신인 추 장관에 이어 ‘비(非)검찰’ 출신을 장관직에 임명한다는 기조도 유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박 후보자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고, 국회 법사위 간사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등을 하셔서 법무부나 검찰 쪽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분”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적임자로 낙점하신 것 같다”고 했다.
◆박 후보자 “검찰개혁 완수할 것” 각오
이번 인사는 아울러 추 장관을 교체함으로써 국정 동력 회복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윤 사태 장기화로 추 장관이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추 장관은 이미 사의를 표명하셨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박삼득 보훈처장은 굉장히 오래되셨다”며 “집권 후반기 성과 창출과 안정적 마무리를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자는 지명 발표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엄중한 상황에 부족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 받아 어깨가 무겁다”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검찰개혁은 제 삶 속에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있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계셨고 문 대통령이 있다. 그 속에서 답을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많은 검찰개혁이 이뤄졌다”며 “나머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의 목소리, 국회, 교섭단체로부터 충분히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과 연수원 23기 동기… 관계 개선 관심
박 후보자는 윤 총장,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이날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 협조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며 “그것이 저에게 준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원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하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법무부와 검찰 간 ‘안정적 협조관계’를 주문했다.
박 후보자는 향후 윤 총장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추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만 언급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동기’ 윤 총장을 향해 “자세를 똑바로 앉으세요”,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며 맹비난했다.
박 후보자는 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개입 사건 외압 폭로로 중징계를 받자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찬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자신을 ‘범계 아우’라고 칭한 바 있다.
△1963년 충북 영동 △남강고 △연세대 법학과 △한밭대 경제학과 △제33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법·전주지법·대전지법 판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인수위원 △민주당 법률위원장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 △19·20·21대 국회의원
이도형·장혜진·배민영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