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지옥’. 육아를 일컫는 말이다. 아이는 부모에게 큰 기쁨을 주는 존재이지만, 많은 이들이 동시에 고강도의 스트레스를 느낀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사태로 돌봄 기관 등이 문을 닫으면서 가정의 육아 비중이 높아져 육아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 특히 돌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여성들이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코로나19로 육아 스트레스 커져
아이 돌봄 연결 플랫폼 맘편한세상이 지난해 8월 부모 회원 4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71.2%가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외부활동 축소’가 80.8%로 가장 많았고, ‘육아 시간 증가 및 돌봄 계획 변동’이 62.9%로 뒤를 이었다. 고용 변화 및 소득 저하에 의한 스트레스는 13.1%, 감염 불안은 1.6%에 그쳤다.
실제 많은 여성이 ‘코로나블루’를 경험하고 있다. 돌봄 기관 등과 나눠 하던 육아가 온전히 부모의 몫이 됐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 육아휴직 중인 A(40·여)씨는 5살 첫째도 어린이집을 쉬게 되면서 종일 두 아이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날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라고 털어놨다. 더욱 힘든 것은 주변의 시선이다. A씨는 “아이는 엄마가 보는 게 당연한데 뭐가 힘드냐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국사회는 엄마가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죄악시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엄마들도 사람인 만큼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육아는 엄마의 몫’, ‘완벽한 엄마 돼야’ 인식 줄어야
많은 여성이 A씨처럼 육아로 힘들어하면서도,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잘 꺼내지 못한다. 심지어 힘들어하는 자신의 모습에 ‘엄마 자격이 없다’는 죄책감까지 느낀다. 한국사회에서는 ‘육아는 엄마의 몫’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어서다. 직장인 차모(40·여)씨는 “어린이집 학대 사건 기사 댓글에 ‘그러니까 엄마가 애를 봐야지 왜 맡기냐’며 엄마를 비난하는 댓글이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며 “아이가 아프거나 다치는 것도 내 잘못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육아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아이와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의 모든 상태를 자신의 행동 탓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좋은 엄마가 아니다’란 죄책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은 양육자가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현 건국대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집에 오랜 시간 같이 있다 보면 부모나 아이 모두 답답함을 느낀다”며 “사람이 적은 곳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기분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미 아주대 교수(정신건강의학)도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아이와 집에 있는 것이 힘들다는 엄마들이 많았는데, 아이와 늘 놀아줘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아이를 기르는 일은 원래 모든 것이 불확실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유나·이종민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