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복권을 산다. 당첨되면 뭘 할까 하는 꿈을 꾸면서 복권을 사지만 보통의 경우, 아주 많은 돈을 복권 구매에 쓰지 않기 때문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크게 슬프지는 않다. 복권이 당첨되지 않는 것은 내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도 않는다. 복권이 당첨되는 것은 나의 실력과 상관없는 운일 뿐이기 때문이다. 복권 번호를 찍는 것은 결코 실력이 될 수 없는 문제이다.
필자가 장황하게 복권 이야기를 새해에 꺼내는 것은 어떤 사안의 결과가 복권 맞는 것처럼 나의 실력 외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데, 그것이 본인의 실력으로 인해 얻어진 결과라고 믿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물론 복권에 가까웠던 일이 나중에 실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차범근 선수가 독일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준 것은 차범근 선수 개인의 성과일 수는 있으나, 한국 축구의 성과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계속해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하고, 박지성, 손흥민 같은 선수가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는 현시점은 한국 축구의 실력이 올라간 것이다. 박세리 선수 이후의 한국 여자 골프, 올림픽 메달보다 국내 예선이 더 어려운 쇼트트랙 스케이팅이나 양궁과 같은 종목들은 복권의 단계를 넘어섰다. 박태환, 김연아 같은 선수의 뒤를 잇는 선수가 나오지 않게 되면 그것은 특출난 개인의 성과이지 한국 수영이나 피겨스케이팅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좋은 복권에 당첨되었을 뿐이다. 다행히 그러한 분야에서 우리는 복권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성공의 요인에 대한 분석이 비교적 정확했기 때문이다.
BTS의 경우 연속해서 해외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과거에 한국 노래 한 곡이 세계적 성공을 거두고 만 적이 있다. 그때의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은 많았으나, 분석에 따른 그 공식을 대입했다고 해서 같은 성과가 반복되지 않았다. 복권에 가까운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일하는 분야에서도 이러한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예를 들어, 2016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맞혔다고 주장하는 경우였다. 당선 예측의 근거 없이 그의 당선을 맞힌 것은 과학적 예측의 분석과 예측이 아닌 ‘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박사라기보다 도사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