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 간담회 이낙연, 당심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 논의 안돼 당혹·반발 교차 “당사자들 잘못 인정한 적 없어” 시기 상조·부적절 분위기 강해 이재명 “입장 밝히면 文에 부담” 국민의힘, 공식 입장 표명 자제 친이·친박계선 환영의 뜻 밝혀 안철수 “선거 이용땐 용납 안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꺼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여권은 국민통합 메시지 차원이라면서도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특히 여당 내 의견 수렴 없이 던진 이 대표의 사면 카드에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되고 친문(친문재인) 강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즉각 지도부를 소집해 의견을 청취하며 당심 수습에 나섰다. 야권은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3일 국회 비공개 최고위원회 직후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며 당원들 의사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가 소집한 간담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형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사과 등 반성 입장도 없는데 먼저 논의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간담회장에 들어서며 기자들한테 “국민들이 동의하시겠나”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 최고위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이 대표의 충정을 이해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또 “개혁과 통합을 동시에 추진해나가자는 지도부의 통일된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달 14일 박 전 대통령의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 별도 논의는 없겠지만 사실상 공론화시킨 상황”이라며 곧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내에선 당혹감과 반발이 교차한다.
한 관계자는 “지지자들한테 큰 혼란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당황스러운 면이 있다”고 했다. 또 “이 대표가 혼자 생각하며 준비해온 것 같다”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초선의원은 “전혀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라 다들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선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누가 봐도 지금은 경제와 방역에 집중해야 하는데 뜬금없다”고 했다.
호남지역 의원은 “사면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당사자들이 잘못을 인정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지역 민심이 매우 좋지 않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을 거쳐 기소된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탄핵은 주권자 국민이 했던 것”이라며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따랐던 정치권이 이제 와서 선심 쓰듯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사면에 반대하는 지지층 댓글 수천개가 빗발치고 있다.
이 대표와 당내 대권 주자 1, 2위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나까지 입장을 밝히는 것은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라며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지사는 평소 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두고 긍정적인 반응과 우려 섞인 시선이 교차한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형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의도가 무엇이든 이 대표의 사면 제의를 환영한다”며 “국민통합을 위해서나 국격을 위해서나 사면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분열을 조장하는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새해부터는 통합에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환영한다”고 적었고,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사면 제안에 적극 동의하며 환영한다”고 했다. 친이·친박계 인사들도 앞다퉈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는 않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사면론 관련 질문에 “지금까지 (사면 건의)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만 답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