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끝까지 살려고 했다”… ‘양부모 엄벌 진정서’ 인증 릴레이

입양되기 전 정인이 모습(왼쪽)과 입양된 후 정인이 모습.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양부모에게 끔찍한 학대를 당하다 숨진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사연에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인이의 양부모가 ‘사고사’를 주장하는 가운데 법원에 양부모의 엄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넣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3일 공식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체 공개로 ‘정인이 진정서 양식 파일’을 공유했다. 협회 측은 공지문에서 해당 진정서에 주민번호 앞자리, 주소, 전화번호, 쓰고 싶은 내용 등을 작성해 법원에 선고일 10일 전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진정서 작성 팁도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해당 게시물에는 “진정서가 1만개 정도 되어야 효력이 있는데 아직 200통이라고 한다”, “공판 일주일 전인 1월6일까지 진정서가 도착해야 한다. 양부, 양모 각각 보내달라”, “글솜씨가 없어도, 맞춤법에 자신이 없어도 진실한 마음으로 쓰면 판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누리꾼을 비롯해 연예인들도 진정서를 보냈다는 인증글을 올리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배우 이윤지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력한 엄마 한 사람은 그저 사랑에만 자신 있을 뿐 다른 힘은 없지만, 정인아, 미안하다. 사죄한다”며 “진정서 제출하려고 한다. 만장이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개그맨 김원효도 “여자 남자 엄마 아빠 청소년 청년 어른 아이 국적 상관없이 써봅시다”라며 진정서 작성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진정서 작성 방법.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편 양부모에게 입양된 지 271일 만에 학대 속에 숨을 거둔 정인이는 사망 전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살고자 했던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시사 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20년 10월13일 정인이가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응급실에서 숨진 사건을 다뤘다. 정인이가 숨질 당시 담당의였던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정인이의) 사진을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 뼈가 다 골절이었다”며 “이 정도 사진이면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아동학대 소견”이라고 말했다.

 

남궁 전문의는 “(양모가) 무릎을 꿇고 ‘우리 아이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었다”면서 “누가 봐도 학대고, 살인인 것을 다 알고 있었는데 너무 슬퍼하니까 ‘진짜 악마구나’라고 생각한 의료진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인이가 숨지기 전날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에도 아동학대의 징후가 여실히 드러났다. 정인이는 나이에 맞지 않게 구석에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였다.

 

정인이 사망 전날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삐쩍 마른 몸으로 힘없이 교사 품에 안긴 정인이는 겨우 우유만 한 모금만 삼켰는데 이 모습을 본 남궁 전문의는 “탈수가 너무 심해서 그거라도 안 먹으면 죽으니까 먹는 것”이라며 “배 안이 다 염증이라서 먹으면 먹을수록 엄청 메스껍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겨우 앉아만 있던 정인이는 양부를 보자 그에게 걸어가 안기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교사는 양부에게 꼭 병원에 데려가라고 말했지만 정인이는 다음 날 결국 심정지로 사망했다. 

 

양부모 측은 사건 당일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홧김에 정인이를 들고 흔들다가 떨어뜨렸고, 그 과정에서 아이의 배가 의자에 부딪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모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양부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