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새해 첫 법안부터 또 밀어붙이기 강행할 건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새해 벽두부터 민생을 빌미로 입법 밀어붙이기에 나설 태세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8일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올해 국회가 시작되길 기대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를 열었지만 요식행위 성격이 짙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계는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촉구했고,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는 중대재해법엔 터무니없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 독소조항이 있다.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나 보류된 ‘인과관계 추정’ 부분도 언제 되살아날지 모른다. 사업장 규모별로 법 적용 시기를 나누는 문제도 쟁점이다. 노동약자 보호를 명분 삼아 기업에 지나친 규제를 가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4중 처벌로도 모자라 소상공인·자영업자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법률 간 충돌이나 위헌 시비 우려를 제기했다. 야당의 협조를 바란다면 대화와 의견 수렴이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연말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공중이용시설’ 범위에 카페·목욕탕·노래방 등 영세 자영업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한다. 형평성 논란이 빚어진 책임 대상에 자치단체장·행정기관장을 포함시키되, 결재권자인 공무원 처벌은 직무유기죄로 국한해 면책범위를 넓힌 것도 논란을 부른다. 여당은 오늘 법안심사소위에서 쟁점사항에 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런 조급함이 입법 참사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는 ‘희망’ ‘도전’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규제 철폐’ 목소리만 하늘을 찔렀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정치권을 향해 “합리적 소통은 마비됐고 공동체 책임감은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릇된 정치를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파괴자’로 규정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보여주기식 여론몰이로 기업을 옥죄는 법을 급조해서는 국가경제에 악영향만 줄 뿐이다. 말로만 ‘기업 살리기’를 외칠 게 아니라 정책전환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게 급선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경영활동과 노동자 인권을 조화시킬 합리적 대안을 찾는 게 국회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