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이야기를 꺼낸 이후 이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면서 사면을 거론한 것인데 거꾸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가 갈등 요인이 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대한민국에서는 특별사면이 오남용되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주된 사면대상이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 또는 재벌총수였던 점도 그랬고, 국회 동의를 피해 수십만명, 심지어 수백만명을 특별사면했던 전례들도 그랬다. 이처럼 사면의 정략적 이용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선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둘째, 사면을 주장하는 시기가 적절치 못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진영 간의 갈등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분위기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그 지지층에서 사면에 찬성할 것은 분명하지만, 여당 및 그 지지층 내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사면을 주장하는 것은 다시금 진영 간 갈등을 확인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기 때문이다.
셋째, 이 대표가 앞장서 사면을 주장한 것도 문제였다. 과거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에도 사면에 대한 찬반은 매우 날카로웠다. 그럼에도 큰 무리 없이 사면이 관철될 수 있었던 것은 1997년 4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직후 12월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대중·이회창·이인제 후보가 모두 사면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대선 직후 김대중 당선자와의 협의 후에 김영삼 대통령에 의한 사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차기 대통령의 합의, 그리고 이회창·이인제의 지지까지 있었기 때문에 국민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었던 사면이 오히려 국민적 화합의 계기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바람직하지 않은가? 이들의 죄과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보다 더 크기 때문에 사면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진영 간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사면을 통해 국민적 통합의 물꼬를 트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일 수 있다. 또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에 비하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면을 통한 국민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성공조건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특별사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특별사면 자체를 폐지하자는 과격한 주장도 있지만, 이는 온당치 않다. 서구 선진국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특별사면 제도를 두고 있는 것은 법원의 재판이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며, 올바른 판결에 대해서도 더 큰 국익을 위해 예외를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특별사면권 행사의 오남용이 문제일 뿐, 특별사면 제도 자체의 효용을 외면할 것은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다. 세월호 사건 등을 앞세워 감정적으로 사면을 반대한다면, 5·18의 비극을 주도했던 전두환, 노태우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시 광주 시민들이 내렸던 결단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위해, 국민적 통합을 위해 개인적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사면이 성공할 수 있다.
사면의 성공조건을 갖추기 위해 앞장서야 할 사람은 사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다. 취임사에서 국민 앞에 약속했던 것처럼 지지층만의 대통령이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통합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 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이 여당과 지지층을 설득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냈을 때, 비로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통한 국민통합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