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만2032가구(일반분양 4786가구)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렸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이 분양가격을 놓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줄다리기 끝에 지난해 예정됐던 분양일정을 미뤘다. 조합에선 분양가로 3.3㎡당 3550만원을 주장했고, HUG는 2978만원에 분양보증을 승인했다.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하면 가구당 일반분양 대금이 조합 측 9억원과 HUG 측 7억5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 차이가 났다. 가구당 1억5000만원은 조합과 시공사 모두 포기할 수 없는 돈이고 분양 소비자들에게는 또 그만큼 늘어나는 부담이다.
HUG 외에 다른 분양보증사업자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특히 민간 보증사업자라면 공공성을 가진 HUG보다 높은 분양가를 제시했을 수 있다.
다른 논란은 특혜 시비다. 서울보증이 영위하는 보증보험시장도 일종의 독점시장이다. 한때 손해보험사의 요구 등으로 개방 논의가 진행되다 중단됐다. 이런 보증보험시장은 독점으로 두고 분양보증만 개방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일부 대형을 제외한 건설업계도 경쟁체제 도입엔 찬성하지만 서울보증을 통한 개방에는 부정적이다. 중소형 업체에 대한 보증료 인상, 보증 거절 등으로 주택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중견·중소 주택건설사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새로운 주택건설공제조합 설립 통한 분양보증시장 진입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주택건설공제조합에 분양보증을 개방하면 건설업체가 분양가격을 직접 심사해 보증을 발급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분양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분양보증을 하는 이유는 수분양자 보호인데, 민간 사업자가 진입하면 기업 측 입장에 더 충실해 부실이 일어날 수 있고 시장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며 “점차 주택분양시장이 후분양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선분양에 적용되는 보증보험 개방안보다는 후분양 시대에 맞는 방안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