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로 숨을 거둔 정인양 사건과 관련해 5일 경찰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자료에 책임있는 자세 보다는 변명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경찰의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관련 법・제도적 필요 조치 검토’에 따르면 경찰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과다한 책임’과 ‘빈번한 민원’, ‘제도적 장애 요소’ 등을 거론했다. 이번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관할서였던 서울 양천경찰서는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경찰은 “양천서는 출동 대면현장에서 아동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혐의 입증 등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긴 하나, ▲분리조치에 대한 소극적 태도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과의 협업 문제 등 미흡한 점 발견했다”고 미흡한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의 소극적인 행태에 대한 이유를 늘어놓았다. 경찰은 “학대대응 업무 및 책임은 과중하나 빈번한 민원 제기에도 민원과 책임을 현장근무자 개인이 감당한다”며 “신속한 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임시조치 청구 시 검사 경유를 배제하고 법원에 직접 신청하도록 절차 간소화 필요하고, 현행 ‘아동학대처법법’상 현장 출입·조사 근거조항이 ‘신고된 현장’으로 규정, 신고현장 외 경우는 피해여부 등 확인이 곤란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관련 사례들을 항목별로 나열했다. 하지만 잘못에 대한 언급은 없고 변명성 사례들만 열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은 “현장조치 강화를 위한 추가 입법의 조속한 개정 필요하다”며 “실효적 대응을 위해 아동학대 관련법의 공동소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의 적극적·선제적 조치를 위한 법률적 지원 근거 마련”을 국회에 촉구했다. 아동학대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일선 경찰관의 적극적·선제적 법집행을 독려하기 위해 면책규정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다만,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관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고의·중과실이 아니면 면책하는 규정 마련”을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원인에 대한 분석보다는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려고 제출한 것 같다”며 “경찰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아보전 등에서 첫 조치를 먼저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