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커지는 방역기준… 항의 반 하소연 반 민원 ‘봇물’

“같은 체육시설인데 차별” 불만
자치구 “어쩔 수 없다” 답변만
체육회 가맹단체만 도장업 등록
해동검도 등은 개인사업자 분류
꼼짝없이 운영중단 대상 포함돼
부산선 스크린골프장 업주 시위
“특성 고려한 제한 마련을” 호소
같은 듯 다른 두 풍경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체육시설법상 체육도장업에 속하는 체육관에 대해 아동·학생 대상 9인 이하의 영업을 허용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의 7개 종목만 체육도장업에 해당하다보니 복싱·합기도는 영업이 허용되는데 킥복싱·특공무술은 안 되는 불합리가 벌어진 것이다. 사진은 6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습 중인 서울 시내의 복싱체육관과 불 꺼진 킥복싱체육관 모습. 연합뉴스

“복싱은 되지만 킥복싱은 안 된다? 누가 이런 엉터리 같은 기준을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천 계양구에서 특공무술도장을 운영하는 정모(40)씨는 지난 2일 구청으로부터 한 문자메시지를 받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태권도, 합기도, 복싱 등 7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실내체육시설은 오는 17일까지 운영중단 및 집합금지를 계속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씨는 인근 태권도장처럼 특공무술도장도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체육시설인데 정부가 운영제한에 차별을 두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청에 불합리하다며 항의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승합차 3대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2대를 처분한 상황”이라며 “지금 3주째 영업중지로 다 같이 힘든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기준으로 차별을 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애초 이달 3일까지였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17일까지로 연장하면서 태권도 등 ‘체육도장업’과 발레 등 일부 소규모 체육시설에 대해서는 집합금지 조치를 완화했다. 어린이, 학생 등 교습인원이 9명 이하면 영업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완화 조치에 포함되지 못한 도장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6일 체육시설법에 따르면 권투·레슬링·태권도·유도·검도·우슈·합기도만이 체육도장업으로 등록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의 종목이 기준이 된다. 가령 킥복싱, 해동검도 등은 7개 종목에 포함된 권투, 검도와 유사하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운영이 허용되지 않는다. 촘촘하지 못한 정부의 방역지침 때문에 애꿎은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킥복싱학원을 운영하는 김모(34)씨는 “복싱, 킥복싱, 주짓수 모두 체육관 구조나 시스템이 똑같다”며 “관원 중 학생 비중도 차이가 없는데 영업 허용과 금지로 나눈 정부의 불합리한 기준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35년째 무술도장을 운영하는 한 관장은 “헬스장은 같은 업종끼리 모여서 시위라도 하지만 우리들(체육도장)은 (종목이나 모임, 협회가) 제각기 달라 모여서 한목소리를 내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씨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체육도장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체육시설 사업자들은 이미 죽어 나가고 있다”는 내용의 청원을 올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특공무술 체육관에서 체육관장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각 자치구에는 관련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서울 한 구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실내축구교실이나 무술도장 등에서 항의 반, 하소연 반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미 방침이 정해져 하달된 것이라 예외를 둬 허용업종을 늘릴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부산에서는 스크린골프장 업주 50여명이 이날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영업 허용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스크린골프장은 전면 예약제로 최소 40㎡(12평) 공간에서 평균 2∼3명이 이용해 태권도장보다 감염 우려가 작은데 영업을 중단시킨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전국 골프존파크 가맹점 대표자 연합회’ 김옥삼 부산지역 대표는 “현행 거리두기 2.5단계가 17일까지 2주 연장되면서 전국적으로 10만명에 이르는 스크린골프장 업주와 종사자, 가족들이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며 “스크린골프장의 특성과 운영 행태를 반영한 세분화된 방역지침과 제한적 운영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대한피트니스협회 부산·경남지부 회원 50여명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정부의 행정편의적인 조치가 이들 업주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행정학)는 “긴급한 상황인 만큼 방역기준 설정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개인의 흥망을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영업을 중단하거나 허용할 때 더 촘촘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페 매장 내 영업 허가 등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형평성 논란에 거리두기 피로감 방역단계 세부적으로 손질해야”

 

“카페는 생업이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6일 아침,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한 카페 업주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정부의 방역조치 이후 생존 위기에 몰린 전국의 카페 업주들은 이날부터 릴레이로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카페는 죽었다’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수백건이 올라왔다. 회원 수 2600여명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측은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도 준비 중이다.

 

지난 1년간 정부의 방역대책을 버텨 온 자영업자들이 새해 들어 거리로 나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 이들이 호소하는 것은 정부 방역대책의 ‘형평성’과 ‘지원대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시민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방역대책의 형평성 논란까지 더해지자 방역단계를 손봐야 한다는 전문가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자영업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서울시청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가 고심 끝에 정한 기준이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보완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는 “유사한 시설임에도 헬스장은 운영을 금지하고 태권도장은 허용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정례 브리핑에서 “헬스장 방역 조치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한 번 더 살펴볼 것”이라며 “유사한 실내체육시설이지만 헬스장과는 상이한 방역기준이 적용된 태권도장이나 돌봄 기능을 고려해 소규모 운영이 허용된 학원·교습소 등 다른 다중이용시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관련 지침을 재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분명한 기준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현재 카페를 비롯해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유흥업소들은 정부 방역대책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 측은 “헬스장 업주들은 특정 업종에 영업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분명한 기준과 형평성을 바탕으로 방역대책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형평성 논란에 피로감도 높아진 방역단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초 정부가 내놨던 방역지침대로 하지 않고 3단계 격상을 피하기 위한 세부지침을 넣거나 빼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진 것”이라며 “수시로 바뀌는 방역지침에 시민들 피로감도 높아진 상태여서 방역단계를 개편해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정부가 방역지침을 수시로 바꾸는 통에 이제는 일반인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며 “애초 단계를 만들 땐 모두가 지킬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었는데, 3단계 격상을 피하려는 상황에서 ‘2.5단계’라는 위기 상황의 체감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방역단계를 세부적으로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며 “2.5단계에서 플러스 알파(α)를 하는 방식이 아닌, 10단계 등 세부적으로 나눠 시행하는 편이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진·권구성·이동수 기자, 부산=오성택 기자 prodo@segye.com